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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조 인수전 '재입찰 차질'로 무산위기

향토기업 되살리기로 부산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지역 소주업체 대선주조의 인수전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13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대선주조 최대주주인 코너스톤측은 지난달 30일 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입찰제안서를 제출받고도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낮다며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재입찰에 들어갔다.

그러나 입찰에 참여했던 부산의 조선기자재업체 비엔그룹과 건설업체 삼정을 주축으로 하는 부산상공계 컨소시엄, 롯데칠성음료 등은 이번 재입찰이 코너스톤측의 인수가격 높이기를 위한 '꼼수'라고 강력 반발하며 재입찰 불참의사를 밝혔다.

부산상공계 컨소시엄 관계자는 "당초 제시한 인수가격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후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치열하게 전개되는 인수전을 핑계로 더 높은 가격을 받아보겠다는 의도인 만큼 입찰제안서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는 재입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비엔그룹측도 "자체적으로 실사를 벌여 대선주조 인수가격을 결정해 제시했으나 대선주조 최대주주인 코너스톤측에서 일방적으로 무효화하고 재입찰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인수금액을 높이거나 인수조건을 다르게 할 경우 재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입찰 후보군 3곳 가운데 2곳이 재입찰 불참의사를 밝혔고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역사회의 반발 등을 이유로 재입찰에 참여할 지 여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입찰 과정에서 코너스톤측의 행태에 대해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코너스톤측은 재입찰을 공고한 뒤 3곳의 후보군에 대해 개별 접촉을 벌여 자신들이 요구하는 희망가격과 매각지분 비율 등을 제시하는 등 인수가격 높이기에 급급했다.

한 후보업체에 대해서는 51%의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라고 제시했으며, 또 다른 후보업체에는 68%의 지분을 2800억원에 인수하라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너스톤은 지난 2006년 대선주조의 전 사주였던 신준호 푸르밀(옛 롯데우유)회장으로부터 3600억원에 대선주조를 인수했으나 경남의 소주업체 무학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한때 90%를 넘던 부산시장 점유율이 최근에는 50%대 이하로 떨어지는 등 경영난에 시달렸다.

특히 인수대금의 상당부분을 금융권 차입을 통해 마련했던 만큼 금융비용을 충당하기에도 급급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코너스톤이 시장점유율이 한창 떨어지던 올 초 대기업 계열의 주류업체에 대선주조를 1800억원에 매입할 것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당시만해도 대선주조의 적정가격은 15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됐으나 이번 인수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코너스톤쪽에서 '본전 생각'이 났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한편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향토기업 되살리기 시민행동'은 최근 잇따라 성명을 내고 "사모펀드인 코너스톤이 기업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생각보다는 투자금만 회수하겠다는 의도로 이번 인수전을 몰고 가고 있다"라며 "이런 식으로 대선주조가 M&A될 경우 기업 정상화는 더욱 멀어지고 결국 80년 전통의 향토기업만 문을 닫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