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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제조번호 달라 불검출?”…치약 안전관리 ‘사각지대’는 어디였나

애경 ‘2080’ 수입 치약 금지성분 검출
기업 자발적 리콜에 식약처 ‘뒷북’ 대응
식약처 검사선 '적합'...“제조번호 달라”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난 2016년 구강용품에서 전면 사용이 금지됐던 유해 성분 ‘트리클로산’이 유명 치약 브랜드를 통해 다시 유통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약외품 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정기 검사에서 해당 제품이 ‘불검출(적합)’ 판정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입 의약외품 관리에 구조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9일 푸드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애경산업이 중국 도미(Domy)사에서 제조해 수입·판매한 ‘2080 베이직치약’ 등 6종과 이를 포함한 ‘케라시스 여행용 세트 프리미엄’에서 국내 사용이 금지된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12월 자체 검사 과정에서 해당 수입 제품 일부에서 트리클로산이 최대 0.15% 혼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한 뒤 자발적 회수에 착수했다.

 

식약처 해명 “제조번호 달라 불검출”…표본 검사 한계 도마

 

논란의 배경에는 정부 검사와 업체 자체 검사 결과의 엇갈림이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국내 유통 치약 30종을 대상으로 트리클로산 함유 여부를 검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2080 베이직치약’도 검사 대상에 포함됐으나 결과는 불검출이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품목은 동일하지만 식약처가 검사한 제품과 애경이 자체 검사한 제품의 제조번호가 다르다”며 “현재 수거·검사와 함께 트리클로산 혼입 경로를 조사 중으로, 이를 통해 원인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같은 이름의 치약을 제조번호까지 확인하며 구매해야 하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정기 검사에서 불검출 판정을 받았던 품목이 실제로는 회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정기 검사가 문제가 있는 물량을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형식적 표본 검사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10년 전 국감 지적된 성분, 수입 치약 통해 재등장

 

이번 사태의 핵심 성분인 트리클로산은 내분비계 교란 가능성과 간암·유방암 유발 우려가 제기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 관리가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2016년 구강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된 물질이다.

 

앞서 2014년 국정감사에서 김재원 전 의원은 파라벤·트리클로산이 함유된 치약의 대규모 유통 실태를 공개하며 의약외품 관리 부실을 강하게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국감 자료에 따르면 허가된 치약 2050개 중 트리클로산이 포함된 제품은 63개에 달했다. 문제 제기 이후 2년이 지나서야 금지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늦장 대응’ 논란이 제기됐다.

 

사후 회수는 신속…3년간 유통된 물량은 어떻게

 

식약처는 문제 인지 직후 신속한 회수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대한화장품협회와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공문을 발송해 해당 제품의 유통 차단을 요청했고, 바코드가 등록된 제품은 대한상공회의소 서버 자동판매차단시스템을 통해 POS 단계에서 즉시 판매가 중단되도록 조치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콜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점과 별개로, 금지 성분이 포함된 수입 의약외품이 시중에 유통된 이후에야 차단된 구조 자체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여행용 세트 등 파생 상품까지 뒤늦게 회수 대상에 포함되면서 사후 대응 중심 관리의 한계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이미 지난 3년간 판매된 물량에 대해서는 소비자 노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남는다.

 

식약처는 “문제가 된 수입 치약 6종을 직접 수거해 정밀 검사 중이며, 법령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시중에 유통된 뒤에야 조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특정 제조번호에 국한된 점검을 넘어 품목 전체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검사·관리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입 의약외품 관리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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