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신안군에는 여기저기 소규모 염전이 펼쳐져 있다. 천일염이 생산되는 염전이다. 천일염은 `하늘 천(天)`자, `해 일(日)`자, `소금 염(鹽)`자를 쓴다. 말 그대로 태양에 말려 만든 소금이다.
그래서 영문 표기가 `Solar Salt`다. 청정 지역인 데다 넓은 갯벌을 보유하고 있는 신안군에서만 천일염이 연간 24만5000t 생산된다.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 중 3분의 2에 해당되는 양을 떠맡고 있는 국내 최대 산지다. 이 가운데서도 신안천일염주식회사(대표 임호림)는 천일염 생산의 ‘모델 케이스’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게랑드 소금’ 뛰어넘는 명품으로 육성
생산서 가공시설까지 원스톱 라인 갖춰
국내 최초 산지종합처리장
몇 년 사이에 신안군에는 축하할 일이 참 많았다. 3년 전인 2007년에는 1963년 염관리법이 제정된 이후 45년간 ‘광물’로 천덕꾸러기처럼 취급되어오던 천일염이 광물에서 식품으로 인정됨으로써 어엿한 식품위생법상 ‘식품’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에서도 국산 천일염을 부가가치가 높은 세계적 명품으로 육성한다고 팔을 걷어붙여 소금의 끝없는 변신이 기대되기도 했다. 그 기대는 또 다른 기대를 불러왔다.
식품가공업체인 대상 청정원이 신안군 도초면 천일염생산자 82명과 공동으로 신안천일염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45억원을 투자해 산지처리장을 준공하게 된 것이다. 신안천일염의 임호림 대표에게는 아직도 그때의 감격이 남아 있다.
“국내 최초의 산지종합처리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그동안 국내 천일염 육성과 세계화 사업의 선두주자로 역할을 해 온 대상이 국내 최초의 천일염 산지종합처리장을 준공하게 되어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임 대표는 그날의 감격에서 벌써 깨어나 밤낮 없이 앞으로의 일들을 계획하느라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만 묻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내 천일염 시장을 선도하고, 국제 품질인증 등을 통해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확보해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2014년부터는 천일염만으로 연매출 2000억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대상 역시 기존 천일염 제품군에 대한 리뉴얼 작업을 진행하고 ‘신안섬 보배’라는 대표 브랜드를 중심으로 신제품 허브맛 솔트와 프리미엄급 3년 묵은 천일염을 출시, 현재 10종류의 천일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박자가 착착 맞아 들어가는 것이다.
마그네슘·칼륨 등 영양 풍부
임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을 능가하는 제품을 생산해내는 것이다. 게랑드 소금은 세계적인 `명품 소금`으로 꼽힌다.
프랑스 브르타뉴주 게랑드 지역 해안에서 생산되는데 생산지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당 1만 2000원대에 달한다. 국내산 소금이 1㎏에 200원대에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60배가 넘는 수준이다.
하지만 임 대표는 자신이 있다. 임 대표에게 그런 자신감을 불어넣는 것은 바로 그것은 바로 신안군의 갯벌이다.
신안군은 오염물질 정화와 미네랄 공급원의 역할을 하는 청정갯벌 면적이 331.4㎢로 전국의 14%를 점유하고 있으며, 오염되지 않은 바닷물 그리고 간만의 차가 큰 지리적 특성과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기상여건으로 천일염 생산의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도초면은 지난해 5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외국에서는 모래 위에서 천일염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갯벌 위에서 생산하는 천일염은 영양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습니다. 갯벌에서 얻는 신안 천일염은 칼슘·마그네슘·칼륨 등을 함유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소금으로 꼽히는 프랑스 게랑드 소금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임 대표의 말처럼 우리나라 갯벌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에 함유된 마그네슘·칼륨은 게랑드 천일염에 비해 약 3배에 달한다.
게랑드 소금은 연간 4만t정도가 생산되지만 국내에서는 30만t가까운 천일염이 생산되고 있다. 가격도 훨씬 저렴해 경쟁력이 월등하다. 임 대표의 말이 ‘꿈같은 말’이 아닌 이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힘든 여정을 앞에 둔 임 대표에게 힘이 되어주는 일들이 최근 들어 많이 생기고 있다.
지난 2월 국회의원, 정부 및 지자체 담당자, 관련업계 전문가들이 ‘천일염 세계화 포럼’을 결성한 것이 그것이고, 또 그 뒤에 연이어 개최되는 천일염 세계명품화를 위한 세미나와 전시회가 그것들이다.
이런 세미나를 통해 신안의 천일염은 이미 ‘세계에 통할 만한 수준’이라는 인정을 받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 임 대표에게는 생산에서 가공시설까지 원스톱으로 갖추고 있는 산지처리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최대 식품회사인 대상 청정원이 든든히 뒤를 받쳐주기 때문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는 세계적인 보물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몰랐습니다. 그것을 알리는데 신안천일염이 앞장 설 겁니다.”
임 대표는 한반도 5000년 역사의 생명력이 이어지고 있는 서해안 갯벌에서 생산되는 ‘세계의 보물’을 거두기 위해 다시 신발 끈을 고쳐 매고 신안의 갯벌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