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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저염음식으로 진화할까

나트륨 섭취가 높은 한국인이 김치에서 하루 나트륨 1200mg를 섭취하는 가운데 보건당국과 식품업계가 김치 저염화를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31일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07년 우리나라 국민은 김치에서 하루 나트륨 1231.7mg을 섭취했다.

한국인의 김치를 통한 나트륨 섭취는 배추김치 910.2mg, 총각김치 167.0mg, 깍두기 53.8mg, 나박김치 36.7mg, 열무김치 33.3mg, 동치미 30.7mg이다.

이는 같은 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인 4553.0mg의 27%를 차지하는 수치로 나트륨 주요 급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이 WHO의 나트륨 섭취 권고량 2000mg의 2.5배를 넘어서는 것을 감안할 때 전통음식인 김치가 고나트륨 식단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보건당국은 그런데도 김치가 우리나라 대표 전통음식일 뿐 아니라 발효에 따른 유산균과 풍부한 비타민, 캡사이신 등 몸에 좋은 성분을 함유한 건강음식이라는 점에서 저염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영양정책과 관계자는 "내달부터 본격 추진하는 '나트륨 저감화 2차 사업'에서 김치 보다는 국, 찌개를 저염화 우선식단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오늘날 냉장기술이 발달하면서 보관기간을 늘리기 위해 넣었던 소금을 덜 사용하고도 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이라고 말해 김치의 저염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시사했다.

한편, 식품업계에서는 한식의 세계화, 웰빙, 다이어트 등의 추세에 발맞춰 이미 짜지 않은 김치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년째 김치를 생산하면서 업계 선두에 있는 식품업체 대상FNF는 내달 초 짜지 않은 김치 시판을 위해 저염화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대상FNF 한국식 신선연구소 관계자는 "처음 김치를 만들어 판매한 1987년부터 90년대 중반 김치 염도가 2.5%였다면, 현재는 2.0%까지 낮췄다"며 "내년에는 1.6%까지 낮춘 김치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 한식의 근본이 되는 김치의 세계화가 필수적"이라며 "김치가 미국을 비롯한 서양인에게 완벽한 건강식으로 다가가기 위해 저염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높은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할 뿐 아니라 김치에 소금을 덜 넣더라도 유산균과 비타민 등 몸에 좋은 성분은 전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현재 김치의 나트륨 농도에는 먼저 배추를 절일 때 쓰이는 소금량이 중요하다고 보고, 이를 줄이기 위해 2단계 배추절임 공법을 개발했다.

이와 함께 김치 염농도의 또 다른 주요 재료인 새우젓과 멸치젓에 대해서는 젓갈의 염농도 25%를 10%까지 낮추는 공법을 개발해 내달 소비자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대상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지역별로 각 가정에서 담근 김치의 나트륨 농도가 달랐는데, 부산의 경우 김치 염농도가 3.5%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 내년 시판할 짜지 않은 김치는 일부 지역의 절반 수준으로 나트륨 농도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