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식품산업 급성장 해도 농업시장은 ‘소걸음’

식품산업이 덩치가 커지면 그 원료가 되는 농업도 함께 성장하게 될까에 대한 정답은 ‘그렇다’이다. 그럼 식품산업이 성장하면 ‘국내 농업’도 함께 발전하게 될까에 대한 답은 ‘글쎄’이다.

식품·외식업체들이 급성장을 해도 국내 농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부정적인 결과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산 농축수산물 비중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식품 관련 통계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27일 개설한 ‘식품산업 통계정보시스템 FIS’의 관련 통계를 분석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에 농식품부가 공개한 ‘식품산업 통계정보시스템 FIS’에는 식품 관련 업체의 수입 원료 사용 비중이 품목별로 공개돼 있다.

이 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식품산업(제조업 및 외식업) 시장 규모는 2000년 69조5000억원에서 2004년에는 91조8900억원, 2007년엔 107조5000억원, 2008년에는 119조9000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산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가 농축수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국내 식품산업의 성장은 농업과 어업 부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국내 농림어업 시장 규모는 2000년 37조2000억원에서 2008년에는 46조원으로 약 9조원 정도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식품산업이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상승한 비교하면 작은 그 차이가 뚜렷해진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의 지적은 식품·외식업체들이 국내산 농축수산물보다는 수입 원료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이란 것에 모아지고 있다.

실제 이 시스템에 수록된 식품업체의 농축수산물 이용 자료(2008년 기준)를 보면 식품 제조업의 경우 식품 원료로 사용한 쌀의 24.5%가 수입쌀이다.

또 보리도 24.7%를 수입으로 충당했으며, 감자는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57.5%, 파는 31.3%를 수입한 것을 식품 원료에 사용했다.

토마토는 국내산 원료 사용이 전무해 100% 수입에 의존했고, 땅콩(89.1%)·참깨(87.5%)·들깨(60.7%)·버섯류(42.9%)·다진마늘(46.4%)·포도(41.8%)·고춧가루(28%)·당근(15.6%) 등도 수입품 사용 비중이 높았다.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주업으로 삼는 외식업체는 수입 원료 사용 비율이 훨씬 높아 국내산 농축수산물은 16.7%인 반면 수입 원료 비중은 무려 83.3%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보면 농업과 연계한 식품산업 발전이 정책적으로 강조되면서 농식품부의 식품업체 지원이 결국 정부가 수입 농산물 소비 촉진 운동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수입 원료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식품 제조업체의 75.4%는 ‘국내산은 원가가 높아 가격경쟁이 안 된다’고 답했으며, ‘국내산은 일시에 대량으로 납품 받을 수 없어서’란 응답도 8.6%나 됐다.

외식업체 역시 ‘국내산 원료의 높은 원가 때문에 수입에 의존한다’는 답이 57.6%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라서(12.5%), 일시에 대량으로 납품 받을 수 없어서(8.9%), 소비자 및 납품업체가 찾아서(8.5%) 등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