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인들의 꿈의 무대인 ‘2008 세계요리올림픽(IKA)’에서 금메달을 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한번 ‘무식하게 도전해 보자’는 마음에서 출전했는데 예상외의 성적을 거두어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독일 에르푸르트에서 열린 2008 세계요리올림픽에 출전, 양식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김봉곤(39·함안군 군북면 월촌리 출신)씨의 소감이다.
세계요리올림픽은 ‘국제요리올림픽’ 또는 ‘국제요리전시회’로 불리는 세계 최대·최고의 요리경연대회로 독일 조리사협회가 지난 1900년 프랑크프루트에서 처음 개최한 이후 4년에 한 번씩 열리고 있다. 올해는 53개국에서 1600여명(단체 64개팀 1070명, 개인 560명)이 참가했다.
지난 1992년 처음 출전한 대한민국은 그동안 은·동메달은 수차례 땄으나, 금메달은 김봉곤씨가 처음이다.
김씨가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88년. 고교졸업 후 고향인 군북에서 어머니의 수박농사를 돕고 있던 어느 날 수박을 사러온 부산시 장전동 불란스제과 사장에게 어머니가 “우리 아들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고, 제과점 사장이 이를 흔쾌히 수락하면서부터다. 김씨는 이후 제빵부문에 종사했다.
군복무를 마친 김씨는 전공을 빵에서 요리로 바꿔야겠다고 결심했고, 지난 92년 10월 부산 그랜드호텔 양식부에 입사해 감자깎기, 식자재 수령 등으로 요리사의 기본부터 익혔다.
이후 97년 1월에 일하고 싶었던 부산 롯데호텔에 입사를 합격했다.
그는 “그날 아내 박정미씨와 참 많이 울었다면서, 당시 합격통보서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에서 일하게 되면서 김씨는 단순한 요리사가 아닌 세계 최고의 명장(名匠)이 되기로 마음먹고 직장과 집에서도 연구와 실습에 매달렸다.
이 때문에 아내로부터 ‘집에서도 요리공부를 하느냐’는 등 구박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땀의 결실은 2001년, 2003년, 2006년 전국기능경기대회서 입상, 지난 4월 싱가포르 FCA대회 동메달에 이어 올 6월 롯데호텔 본관에서 열린 ‘롯데 요리경연대회’서 1등을 차지하면서 결실을 봤다.
“라면을 그냥 끓여 먹으면 단순한 인스턴트 음식이 되지만 라면 봉지 속에 들어 있는 스프 등 기본 첨가물 외에 갖가지 식자재를 추가로 넣고 여러 가지 노하우를 이용하면 훌륭한 요리가 된다”고 말하는 김씨는 “요리 명장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근면함과 예술적 재능, 미적 감각 등 세 가지 요소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적인 요리사가 되려면 영어·불어는 기본이어서 외국어 공부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모든 요리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외국 요리사와도 정기적인 연구발표회를 갖고 국내 대학과 전문학원에서도 전문 요리사를 양성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