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카레 박물관을 견학했다. 한시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카레도 있었다.
일본인의 상품화 기술은 과히 뛰어나다. 카레가 일본음식이 아님에도 그들은 당당히 자신의 나라에 카레 박물관을 세웠다. 그리고 그곳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평일 점심시간에 방문했음에도 발 딛을 틈 없는 북적거림. 그 곳에는 과연 무엇이 있었길래 그랬을까?
카레는 일본에서 우동이나 라면만큼이나 대중화 되어 있는 식품이다. 카레가 일본음식도 아니고 흔히 아무 곳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임에도 카레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그 곳에 놀이문화가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음식도 문화이다. 이제 음식이라는 문화는 단순히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함께 제공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카레 박물관은 모든 것을 충족시키고 있었다.
단순히 한끼 식사를 먹는 것이 아니라 카레를 통해 카레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카레 박물관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시작된다. 엘리베이터 상단의 화상에서 인도 의상을 입은 남성이 일본어로 카레에 대해 소개를 하고 박물관에 오게 된 것을 환영하는 말을 한다. 박물관에 들어서자 마자 인도옷을 입은 아리따운 여인들이 맞아준다.
그 곳에 들어서면 해적선을 연상시키는 놀이동산과 같은 인테리어와 조명들이 현란하다. 이곳 저곳 종류별 카레가 있고 카레 관련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고 판매도 한다.
놀이동산에 온 기분이다. 해적선 이곳 저곳에는 방이 있고 그곳에는 종류별 카레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라면 박물관 역시 마찬가지 이다. 1층에는 라면에 관련된 소품과 라면의 종류, 라면의 역사 등등 라면에 대한 모든것을 알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라면을 먹을 수 있는곳이 있는데 단순히 라면을 파는 것이 아니다. 일본의 1950년대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공간이다.
옛날 영화 포스터 간판과 포장마차들이 즐비한 어두컴컴한 도시 뒷골목...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대 거리로 들어온 기분이다.
한국하면 어떤 음식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외국인들이 갖고 있는 한국 음식의 이미지는 마늘의 강한 냄새와 빨간 고추의 매운 맛일 것이다.
일본인들이 세계의 음식을 자기화 시킨 것처럼 한국음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매운 고추의 맛과 강한 마늘의 향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조금 조절할 필요는 있겠지만 우리의 고유의 것을 변질시킬 필요까지는 없다. 왜냐하면 한국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고유의 한국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음식이 세계화되어서 각 나라로 파급이 된다면 우리 음식을 각 나라에 맞게 응용하는 것은 각기 그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이다. 음식도 문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