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무더운 여름철 전 국민이 즐겨 찾는 아이스크림. 그러나 포장지를 아무리 살펴봐도 '언제까지 먹어도 안전한지'를 확인할 수 없다.
현행 제도상 아이스크림은 소비기한이나 품질유지기한 대신 ‘제조연월일’만 표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냉동식품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인정받아온 이 제도가 최근 국회의 강도 높은 문제 제기와 소비자 피해 증가를 계기로 중대한 전환점에 놓였다. 2007년 첫 법안 발의 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진 논쟁이 이번에는 결론에 이를지 주목된다.
"냉동이면 안전?"...흔들리는 '불패 공식'
현행 「식품등의 표시기준」은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에 대해 제조일자만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제조 과정에서 살균을 거치고 영하 18℃ 이하 냉동 상태를 유지하면 미생물 증식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와 빙과업계는 오랜 기간 "냉동 상태에서는 미생물 증식이 어렵고 품질 변화가 거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실제로 2021년 식약처는 "보관 기준만 준수한다면 별도 유통기한이 필요하지 않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냉동 안전성' 전제가 실제 유통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유통 과정에서 냉동고 개폐, 외부 진열, 이동 등으로 인해 ‘부분 해동’과 ‘재냉동’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품질 저하뿐 아니라 리스테리아균 등 병원성 미생물 증식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원 105건...건강 피해 신고까지 '현실화'
소비자 불안은 실제 수치로 확인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실에 따르면 2025년 1~8월 아이스크림 관련 소비자 민원은 105건으로 최근 5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2022~2023년에는 없었던 구토·복통 등 건강 피해 신고가 2025년 들어 5건 발생했다. 단순 불만을 넘어 실제 위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편의점, 무인 매장 등에서 냉동고가 외부 환경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면서 온도 관리 사각지대 문제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국회 “표시 필요”…식약처도 ‘검토’로 선회
정책 기류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약처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는 "아이스크림은 유통 과정 중 재냉동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으로 표시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서명옥 의원은 “소비자가 언제까지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며 EU 수준의 표시 의무화를 요구했고,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해외 사례를 분석해 도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불필요’ 입장에서 ‘도입 검토’로 정책 기조가 전환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본지 취재 결과, 식약처는 지난해 말 일부 빙과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하며 제도 도입 가능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빙과류 소비기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일부 업계와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이해관계자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을 공개하기는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입법은 진행 중…업계 vs 소비자 ‘평행선’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오세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제조일자만 표시하는 식품에 대해 정부가 매년 안전성을 검토하고 필요 시 소비기한 또는 품질유지기한 표시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해당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오 의원은 “아이스크림과 식용얼음은 제조연월일만 표시하도록 돼 있고, 일부 주류 역시 기한 표시 의무가 없다”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오래된 제품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
빙과업계는 “문제는 유통 단계의 온도 관리이지 제품 자체의 안전성 문제가 아니다”라며 소비기한 도입 시 포장 변경, 시험 비용 증가 등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 단체와 전문가들은 “제조가 아닌 유통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하는 만큼, 소비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제공이 필요하다”며 표시제도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20년 논쟁, 이번엔 결론 날까
아이스크림 기한 표시 문제는 2007년 이후 2013년, 2016년 등 여러 차례 입법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정감사 지적, 소비자 피해 증가, 정책 검토 착수 등 변화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 부담, 규제 실효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20년 넘게 이어진 ‘제조일자 vs 소비기한’ 논쟁이 이번에는 제도 개편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본지는 후속 보도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점’ 현장을 직접 취재해 ▲제조 1년 이상 경과 제품 유통 실태 ▲육안 식별이 어려운 제조일자 표시 문제 ▲소비자 인식 부족 등을 집중 보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