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GM) 작물 시험재배지에서 과학자들의 우려대로 원래 이 곳에 있던 잡초와 GM 작물의 유전자가 섞인 슈퍼 잡초가 태어났다고 영국의 가디언지와 BBC뉴스 인터넷 판이 25일 보도했다.
이 슈퍼 잡초는 같은 밭에서 GM 작물에 사용되던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정부 연구기관인 생태수문학센터(CEH) 과학자 5명은 지난 주 웹사이트에 올린 보고서에서 특정 제초제에 내성을 갖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평지의 특성을 갖는 새로운 야생겨자가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야생겨자의 DNA를 분석한 결과 평지의 유전자 특성이 들어있음을 확인했다.
배추과에 속하는 평지와 먼 친척뻘인 야생겨자 간의 교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던 터이라 이 새로운 식물의 등장은 놀라움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더구나 다른 많은 야생겨자들과 섞여 자라고 있던 이 신종 잡초는 제초제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야생 겨자가 등장한 이듬해 같은 곳을 조사했을 때 이 곳에서 자라던 야생 겨자들은 제초제에 내성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잡초들은 야생종에 비해 생장력이 약하기 때문에 같은 제초제로 경쟁자들이 모두 제거되지 않는 한 번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를 검토한 정부 전문가단의 생태 유전학자인 브라이언 존슨 박사는 "단 한 포기로 족하다. 일단 새로 생긴 종은 선택적으로 엄청나게 유리하며 결국은 급속히 번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트리아진 성분 제초제를 사용하는 옥수수밭에 이 농약에 내성을 가진 단 한 포기의 명아주를 심자 4년 뒤 10만3천 포기로 불어난 프랑스의 한 연구를 예로 들며 이번 실험에 사용된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성분 제초제는 "막강한 선택 압력을 가해 새 종이 급속히 내성을 갖도록 진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는 "GM 평지가 상업적으로 재배될 경우 제초제에 내성을 갖는 잡초가 무성하게 될 것"이라며 단 한 포기의 야생겨자라도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 문제의 야생겨자가 번식력을 가졌는 지 여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학자들은 이 야생겨자에서 8개의 씨앗을 채취했으나 싹을 틔우는 데 실패하자 "번식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존슨 박사는 이 야생겨자가 아주 컸고 꽃도 많이 피웠다면서 이 잡초의 꽃가루에는 새로운 GM 유전자의 특성이 들어있을 것이고 부근의 다른 야생겨자에 수분되면 새 유전자를 퍼뜨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며 이 야생겨자가 태어난 것도 결국 이런 방식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야생겨자의 씨앗은 20~30년씩 땅 속에 있다가 싹을 틔울 수도 있기 때문에 GM 유전자가 씨앗을 한번 맺으면 근절하기는 불가능하다.
600만 파운드가 투입된 이번 연구는 GM 작물 재배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한 세계 최대규모의 연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