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맛을 담은 김치를 호주에서는 더 이상 구경하기 어렵게 됐다.
호주 검역소는 그동안 신고만 하면 호주반입을 허용해 오던 김치에 대해 갑작스레 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 지난 6월 17일부터 호주로의 반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단 제조업체명과 내용물이 표기되어 있는 판매용 포장김치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신고대상 품목으로 계속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변경 사실을 모른 채 호주로 입국하는 한인 방문객들은 호주 공항 도착 후 세관심사 과정에서 김치반입 문제로 세관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례가 많은가 하면 결국 애써 담근 김치를 쓰레기통 속에 버려야만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호주에 사는 사촌 언니를 방문하고자 난생 처음 호주를 방문한 한 방문객 K 씨(26세, 인천거주)는 평소 김치찌개를 좋아하던 언니를 위해 다른 것은 제쳐두고 해묵은 김치만을 정성스레 포장해서 들여 왔지만 결국 호주 세관원에게 모두 수거당하고 말았다.
K씨는 "(반입이)안 되는 줄 알았더라면 처음부터 (김치를)가져오지는 않았을 것 아니냐"며 멀쩡한 김치가 쓰레기통으로 그냥 버려지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 이냐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K씨는 사촌 언니와 함께 공항 내 호주 검역 안내 실을 찾아가 항의를 해 보았지만 "규정이 바뀌어 어쩔 수 없다"는 담당직원의 상투적인 설명만 들어야 했다.
사촌언니는 "규정이 바뀌었으면 최소한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사회에는 그래도 알려야 되는 것 아니냐”며 당국의 무성의한 행정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담당 세관원은 "인터넷을 뒤져서라도 본인이 확인을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며 오히려 사전에 정보를 수집하지 못한 것이 잘못이라는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한편 호주공항 내 호주검역안내실 직원은 지난 6월 17일부터 호주내 반입금지 품목이 일부 변경되었음을 밝히고, 관련국가의 공항측에 사전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상으로도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변경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호주검역소 홈페이지 어디에도 바뀐 규정에 대한 안내 설명은 전혀 없었다.
또한 인천 국제공항 세관업무 문의센터에 근무하는 김모씨는 본보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호주로부터 통보를 받은 부서가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후에라도 고객문의가 있을 경우 이 같은 사실을 안내하겠다고 밝혀 호주내 김치 반입불가 사실은 전혀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또 호주로 취항하는 국내 항공사들조차도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호주를 방문하는 한인들은 김치가 반입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사실을 전혀 알 길이 없는 실정이다.
호주 검역소의 이러한 일방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업무수행 때문에 어머니 손 맛이 담긴 고향의 맛이 호주 공항에서 그냥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자료제공 / 호주일보
정리 / 정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