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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국 한 그릇이 무섭다”… 쌀·고기값 급등에 ‘명절 양극화’

축산물·쌀값 석 달 새 최고치… 설 장바구니 부담 확대
취약계층 쌀·채소 지출 비중 높아 맞춤형 지원 필요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설 연휴를 2주 앞둔 주부 A씨는 장을 보러 나갔다가 한숨만 내쉬고 돌아왔다. 명절 필수 음식인 떡국에 들어갈 소고기와 계란 가격이 눈에 띄게 올랐기 때문이다. 가축 전염병으로 인한 도축량 감소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국산과 수입산 가리지 않고 축산물 가격이 뛰었고, 쌀값마저 석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성수품 공급 확대를 통해 물가 안정을 강조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설 장바구니 무게는 오히려 무거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설 대목을 앞두고 주요 축산물 가격은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전날 기준 한우 양지 가격은 100g당 6,781원으로 1년 전(6,096원)보다 약 11% 상승했다. 돼지고기 삼겹살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영향으로 공급이 줄면서 100g당 2,618원을 기록해 전년(2,528원)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특란 30구) 가격도 3,931원까지 오르며 1년 새 20% 가까이 뛰었다.

 

수입 소고기 역시 예외는 아니다. 미국산 소갈비살(냉장 100g)은 4,606원으로 전년 대비 6.7% 상승했다.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가 0%가 낮아졌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화되면서 관세 인하 효과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현지에서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도축량이 감소한 점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쌀 가격까지 급등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쌀 20kg 평균 소매가격은 6만5,000원을 넘어섰으며, 전년(5만3,856원) 대비 상승률은 21%를 웃돌았다. 명절 밥상의 기본 재료인 쌀값이 단기간에 크게 오르면서 설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저소득·노인가구에 더 가혹한 명절 물가…“쌀·배추는 생존 문제”

 

이 같은 가격 상승은 모든 가구에 동일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식품 소비자 물가지수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 가구와 노인가구는 멥쌀·배추·마늘 등 기초 식재료와 수산물에 대한 지출 비중이 일반 가구보다 현저히 높다.

 

저소득 가구의 멥쌀 지출 비중은 5.1%로 고소득층보다 크게 높았고, 배추와 마늘 등 채소류 지출 비중도 14.2%에 달했다. 필수 식재료 가격이 소폭만 올라도 체감 부담이 훨씬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쌀값처럼 단기간에 20% 이상 급등할 경우 소득의 상당 부분을 식비로 쓰는 가구에는 단순한 '물가 부담'을 넘어 식생활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 대목처럼 쌀과 채소, 축산물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이러한 격차가 더욱 뚜렷해진다. 같은 물가 상승이라도 취약계층에는 ‘명절 한파’로 체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 “가구별 물가지수 도입해 ‘정밀 타격형’ 정책 필요”

 

보고서는 소비자들이 물가 상승폭이 크고 구매 부담이 높아 정부의 집중 관리를 원하는 '7대 핵심 품목'으로 사과, 배추, 소고기, 돼지고기, 달걀, 치킨, 빵을 꼽았다. 하지만 현재의 일괄적인 소비자물가지수(CPI)로는 계층별로 다른 물가 부담을 정밀하게 포착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농경연은 ‘가구 특성별 농식품 물가지수’의 정기적 산출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계층별로 민감한 품목을 데이터로 파악해 물가 상승 시 해당 가구의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에 농식품 바우처 확대나 할인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의 ‘정밀 타격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경연 관계자는 “환율이나 전염병처럼 외부 요인에 의한 가격 상승은 통제하기 어렵지만 그로 인한 고통은 계층별로 다르게 나타난다”며 “가구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지표 관리와 취약계층 맞춤형 지원이 병행될 때 비로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안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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