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3개월 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유전자가 검출됐던 중국산 훈제오리고기에서 다시 AI 유전자가 확인되면서 검역당국의 ‘이중 기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26일 “같은 지역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된 것은 명백한 검역 실패”라며 전수검사 상시 도입과 수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번 검출 사례는 지난 11월 14일 수입된 중국산 훈제오리고기 21.8톤에서 확인됐다. 8월에 이어 동일 산업단지에서 재검출된 것으로 밝혀져 해당 지역의 사육·도축·가공 전 과정에서 AI 오염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지난 8월 첫 검출 당시 정부가 중국산 열처리 가금육 수입위생조건에 규정된 “반경 10km 이내 AI 발생 시 지역 전체 수입 중단”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당시 검역당국은 해당 수출 작업장만 일시 폐쇄하는 데 그쳤고, 그 결과 동일 지역에서 다시 AI 유전자가 확인되는 사태로 이어졌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국내에서 AI가 발생하면 즉시 전량 살처분하고 유통을 전면 차단하게 되어 있다”며 “국민 식탁의 안전 기준이 국산과 수입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절대 납득할 수 없는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검출 과정도 도마에 올랐다. 이번 AI 유전자는 전수검사가 아닌 ‘부분검사’에서 확인된 것으로,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물량에도 동일한 위험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국산 오리고기는 외식업소·배달앱·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대량 소비되고 있어 원산지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가 ‘국산’으로 오인해 섭취할 위험도 높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최근 2년간 진행한 ‘배달앱·온라인 플랫폼 오리고기 원산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산 오리고기는 시장 점유율이 높음에도 75%가 포장 뒷면에만 원산지를 표기, 온라인 쇼핑몰의 75.5%는 상품명에 원산지를 기재하지 않아 클릭 전에는 확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앱에서도 원산지 표시 누락이나 눈에 띄지 않게 기재하는 업소가 다수 확인됐다.
단체는 “이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AI 유전자 검출 제품을 소비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섭취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검역당국은 “검출된 것은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닌 유전자이며 감염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으나, 소비자단체는 이러한 입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AI 유전자 검출은 해당 오리가 생전에 감염됐거나 가공·포장 과정이 오염됐음을 의미하며, 단순한 가열 여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열처리 공정을 거쳤더라도 오염된 환경에서 생산된 식품의 포장재에서 AI 항원이 검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 식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는 “검역당국은 중국 내 어느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는지조차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면서도 ‘유전자일 뿐이니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다”며 “국내산 오리는 단 한 마리도 시장에 나올 수 없게 하는 반면, 중국산에는 완전히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명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수입 오리고기에 대한 전수검사를 상시 도입하고, AI 발생 지역 제품은 즉각 수입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소비자는 투명하고 일관된 검역 기준, 정확한 정보 제공을 받고 싶을 뿐”이라며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