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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농협 내부통제”... 수천억 수의계약부터 호화 해외출장까지

농식품부 특별감사 중간 결과, 농협 비위 65건 확인
형사 수사의뢰 착수…범정부 합동감사 전환 검토
인사·보수·계약·자금 집행 전반서 구조적 문제 드러나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농협의 비위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가 실시한 특별감사 결과,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 내부의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상이 확인됐다. 정부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찰 수사 의뢰와 더불어 범정부 합동감사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는 8일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농협 관련 비위 의혹을 계기로 2025년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한 달간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그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에는 변호사·회계사 등 외부 전문가 6명을 포함해 총 26명이 투입됐다.

 

수사의뢰 2건…“개별 비위 아닌 구조적 문제”

 

이번 감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형사 수사의뢰다.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과 관련한 변호사비 지급 의혹,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2건에 대해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지난 5일 수사기관에 공식 의뢰했다.

 

농식품부는 “단순 내부 징계로 종결할 사안이 아니라 형사적 판단이 필요한 중대 사안”이라고 밝혔다.

 

확인서 징구만 65건…징계·인사·자금 집행 전반 ‘난맥상’

 

특별감사를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돼 확인서를 징구한 사례는 총 65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농협중앙회가 43건, 농협재단이 22건으로, 단일 사건이 아닌 조직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들이 동시에 드러났다.

 

감사 결과, 농협중앙회의 내부통제 체계는 형식적으로만 존재한 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추천위원회는 당초 다양한 농업인 단체와 학계 인사를 폭넓게 반영해 구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농업인 단체와 일부 학계에 한정해 후보를 추천받는 방식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왔다. 이로 인해 이사회 선임 절차 역시 사실상 형식적 절차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보수 결정 과정에서도 통제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2024년 제15차 이사회에서는 특별성과보수가 1인 즉석 안건으로 상정·의결됐고, 지급 사유와 금액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전무이사(부회장)와 집행간부 등 11명에게 총 1억5700만 원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직하며 양쪽에서 수억 원대 연봉과 실비, 심지어 퇴직금공로금까지 중복 수령하는 구조가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추가 조사가 예고됐다.

 

조합감사위원회의 인사 독립성 역시 훼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감사위원장이 아닌 전무이사에게 인사 서열이 보고되고, 중앙회 인사부서가 승진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이 관행화되면서 감사기구의 독립성과 견제 기능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조합장 징계 역시 온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임직원 비위에 대한 징계 역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감사에 따르면 범죄 혐의가 있는 임직원 징계 21건 가운데 6건은 고발 여부를 심의해야 할 인사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고, 고발도 이뤄지지 않았다. 고발을 원칙으로 한 내부 규정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성희롱 등 중대한 비위 사건을 다루는 징계 인사위원회 구성도 편향적이었다. 위원회는 내부 남성 직원 위주로 구성돼 징계 수위 결정 과정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금과 경비 집행에서도 다수의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다. 회원조합에 대한 2024년 무이자자금 지원액은 전년 대비 약 1조 원 증가했지만 이사조합을 중심으로 지원이 편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기준과 배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앙회장의 해외출장 경비 집행도 도마에 올랐다. 해외 출장 시 1박당 숙박비 상한선($250)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1박에 최대 186만 원을 초과 집행하는 등 초과 금액만 총 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한 초과에 대한 구체적 사유는 명시되지 않았다.

 

또한 중앙회장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함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고, 비상임 이사·감사, 조합감사위원 등에게 지급되는 특별활동수당 역시 활동 내역이나 증빙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돼 온 사실이 드러났다.

 

계약 분야에서는 수의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다. 농협중앙회는 퇴직자 단체가 출자한 특정 업체와 경비·운전 인력 계약을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해 왔으며, 경쟁입찰 원칙은 사실상 배제돼 있었다.

 

아울러 특정 컨설팅업체와는 동일한 조건의 자문 계약을 반복 체결하면서 계약의 필요성과 성과에 대한 검증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재단도 ‘관리 공백’…채용·기부·계약 전반에서 구조적 허점

 

농협재단 역시 조직 운영 전반에서 관리 공백이 확인됐다. 채용 절차의 원칙 부재, 기부물품 관리·점검 미흡, 수의계약의 상시화 등 공공성과 투명성을 요구받는 재단 운영의 기본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정황이 다수 드러났다.

 

우선 인사·채용 분야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돼 있었다. 감사에 따르면 사무총장 등 전문계약직 채용이 이사장 단독 지명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채용 과정에서 경력증명서 등 필수 증빙서류조차 제대로 징구하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규정에 따른 공개·검증 절차 없이 주요 보직이 결정되면서 채용의 공정성과 책임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기부물품 운영 역시 관리 체계가 부실했다. 농협재단은 회원조합을 통해 농업인 등에게 기부물품을 전달하면서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기준을 사전에 설정하지 않았고, 회원조합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물품을 전달했는지에 대해서도 사후 점검이나 확인 절차를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부물품이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었다.

 

계약 분야에서는 수의계약이 사실상 일상화된 모습이 확인됐다. 감사 결과, 2022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체결된 총 87건의 계약 가운데 86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으며, 계약 금액만 622억 원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상당수는 농협 관련 회사와의 계약으로 경쟁입찰 원칙이 배제된 채 특정 거래 관계가 고착화돼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됐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농협재단의 운영 실태에 대해 “개별 위반 사례를 넘어 재단 전반의 관리·감독 체계가 느슨하게 작동해 온 결과”라고 판단하고, 향후 추가 감사와 제도 개선을 통해 채용·기부·계약 전 과정에 대한 통제 장치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범정부 합동감사로 확산... "농협법 개정 속도"

 

농식품부는 현재까지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총 38건(농협중앙회 37건, 농협재단 1건)에 대해 추가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감사의 초점은 단순한 규정 위반 여부를 넘어 조직 상층부의 책임성과 재정 운영의 적정성, 내부통제 구조의 실효성에 맞춰질 전망이다. 우선 농협중앙회장과 임원을 중심으로 과도한 보수, 퇴직급여, 직상금 지급의 적정성이 주요 점검 대상에 오른다. 직상금의 집행 기준과 절차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액 지급이 반복돼 온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비 집행의 방만성도 추가 감사 대상이다. 신임 임원과 조합장 등을 대상으로 한 휴대전화·태블릿PC 지급, 전별금과 기념품 제공 등 각종 비용 집행이 규정과 목적에 부합했는지 여부가 집중 점검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유보예산의 과도한 편성과 자의적 집행, 적자를 기록한 계열사에 대한 성과급 지급의 타당성 역시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내부통제 체계 전반에 대한 재점검도 예고됐다. 감사위원회와 조합감사위원회, 준법감시 조직이 내부 출신 인사 중심으로 구성되면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구조적 한계는 없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울러 임직원 금품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특정 업체에 대한 부당대출·특혜계약, 계열사 인사 개입 등 각종 비위 제보에 대해서도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필요 시 수사의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범위를 고려해 필요할 경우 국무조정실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합동감사체계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일회성 조치로 끝내지 않고, 제도개선과 입법을 병행해 농협 조직 전반의 구조를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비상임조합장 연임 제한 ▲외부회계감사 주기 단축 ▲도농상생사업비 신설 등을 담은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인사·운영 투명성 강화, 내부감사 정상화, 정부 감독권 강화를 담은 추가 개정안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1월 중 ‘(가칭) 농협 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선거제도·지배구조 개선까지 논의할 예정이다.

 

농업인의 권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이 임직원들만의 ‘돈잔치’와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이번 감사가 농협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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