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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축소 여파? 포스파티딜세린 건강기능식품 2년 새 6배↑

의약품 급여 축소·퇴출 여파…2022년 26건→2024년 154건
콜린, 치매 진단 없는 경우 본인부담률 30%→80% 높아져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경도인지장애(MCI), 초기 치매 환자에게 널리 쓰이던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가 이달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축소되면서 환자 부담이 커졌다. 그 빈자리를 ‘기억력 개선’과 ‘두뇌 건강’을 내세운 건강기능식품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1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경도인지장애(MCI)나 치매 초기 환자에게 폭넓게 처방돼 온 콜린 제제는 이달부터 치매 진단이 없는 경우 본인부담률이 30%에서 80%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환자 부담액은 연간 16만7000원에서 44만6000원으로 2.7배 늘어날 예정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대웅바이오가 제기한 콜린 제제 급여 축소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대웅바이오는 앞서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대법원 판결 선고까지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종근당 상고심도 지난 3월 대법원에서 기각되면서 사실상 제약사의 패소가 확정됐다. 5년여 간 이어진 제약사와 정부의 소송은 모두 정부 손을 들어주는 판결로 마무리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치매 진단이 없는 환자의 콜린 제제 처방에 대해 선별급여를 고시했고, 법원은 일관되게 이를 인정했다. 콜린 제제는 지난해에만 6123억 원 규모가 처방될 정도로 시장 비중이 컸다. 일부 연구에서 치매 초기 환자에게 제한적 효과가 보고되긴 했지만 치매 예방이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급여 축소의 근거가 됐다.

 

콜린 제제뿐만 아니라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 주요 뇌기능 개선 약물들이 잇달아 유효성 입증에 실패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의약품의 퇴장이 이어지자 그 자리를 두뇌 건강 건기식이 빠르게 채우고 있다.

 

인지 기능 개선 제품군은 크게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뇌영양제 ▲건강기능식품으로 나뉜다. 이 중 건기식은 약국·온라인·대형마트 등 채널이 넓고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 표시가 가능해 실버 세대 수요를 흡수하는 중이다.

 

'노화로 인한 인지력 저하 개선’ 포스파티딜세린 건기식 인정 건수 폭증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노화로 인한 인지력 저하 개선’ 기능성을 인정받은 포스파티딜세린 활용 건강기능식품은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008년 첫 제품 출시 이후 10여 년간은 연간 1~2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 26건에서 2024년 154건으로 불과 2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도 9월 19일 기준 이미 109건을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12건, 2월 13건 수준에서 3월 종근당 상고심 기각 직후 9건으로 주춤했다가, 7월에는 17건으로 급등하며 판결 이후 업계의 본격적 진입을 보여줬다. 제약사의 처방 공백을 건기식이 빠르게 메우는 양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치매 예방이나 치료 효과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까지 건기식은 ‘기억력 개선에 도움’ 수준의 기능성만 인정받았을 뿐, 치매 진행을 늦추거나 치료하는 효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고령층 환자들이 기존 의약품을 대체한다는 오인 속에 건기식을 복용할 경우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업계가 급성장하는 만큼 과대광고와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지 건강을 내세운 건기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시장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과학적 근거와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