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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계 벤츠’ 노리던 하림, 저가라면 승부수…반전 가능할까

누적 영업손실 3800억 원, 프리미엄 전략 고수 ‘더미식’ 끝내 한계 드러나
‘맛나면’ 출시로 가격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시장 반응이 향후 성패 좌우
신라면·진라면 대비 최대 25% 비싸…저가 라면으로 보기엔 한계 지적도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하림산업이 실적 한계와 누적 적자에 직면하면서 저가 라면 ‘맛나면’을 새롭게 출시하며 결국 전략 다변화에 나섰다. 업계는 이를 프리미엄 중심 구조에서 가격대별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한 생존 모색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 조용히 선보인 신제품 ‘맛나면’은 4입 기준 4800원, 1봉지당 1200원으로, 기존 ‘더미식’ 라면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신제품은 별도 론칭 행사나 홍보 없이 이마트, 롯데마트, 쿠팡 등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7월 중에는 편의점 입점도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2000원 라면’ 발언과 시점을 맞춰 하림이 정부 기조에 발맞춘 대응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맛나면’의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제조보고일은 5월 23일로, 대통령이 가공식품 가격 문제를 언급한 6월보다 앞선 시점이다. 이에 따라 이번 출시를 정부 정책에 따른 대응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림 측은 “제품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선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품목제조보고는 식품 제조업체가 제품 생산을 시작하기 전 또는 시작 후 7일 이내에 식약처에 해당 제품의 정보를 보고하는 행정 절차다. 이 절차를 완료해야 해당 제품의 정식 생산과 유통이 가능하다.

 

하림산업은 지난 2021년 ‘더미식(The미식)’ 브랜드로 라면·즉석밥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소비자 반응은 냉담했다. ‘더미식 장인라면 매움주의’는 편의점 기준 2개입 5800원, 1봉지당 2900원에 달해 국내 라면 중 최고가 수준이지만 브랜드 인지도나 품질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라면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1%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오뚜기가 선점한 즉석밥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증가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림산업은 2024년 802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00억 원의 외형 성장을 이뤘지만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화된 모습이다.

 

특히 2021년 ‘더미식’ 브랜드 론칭 이후 영업손실 규모는 해마다 커졌다. 2021년 589억 원, 2022년 868억 원, 2023년 1096억 원, 2024년에는 1276억 원에 달하며, 4년간 누적 영업손실만 약 3829억 원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유지를 위한 마케팅 및 생산비용 부담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무구조도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021년 60.6%에서 2022년 110.6%로 상승한 데 이어 2024년에는 226.7%까지 치솟았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같은 기간 35.4%에서 65.1%로 높아져 전반적인 재무안정성 지표가 위험 수위에 근접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 30% 이하가 안정적 재무구조로 간주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림산업은 구조적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하림이 선보인 저가 라면 신제품은 단순한 품목 확대를 넘어 전략 전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기존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시장 안착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가격대별 시장 확대를 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만 ‘맛나면’의 가격이 저가 라면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다. 농심 신라면(5입 4150원), 오뚜기 진라면(5입 3950원)과 비교하면 1봉지 기준 최대 25%가량 비싸다.

 

가격 경쟁력이 다소 낮은 '맛나면'이 라면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하림의 저가 라면 출시는 단순한 신제품 론칭이라기보다 실적 회복과 시장 재편을 위한 전략적 포석일 수 있다”며 “가격, 품질, 유통 채널 모두를 아우르는 실질적 경쟁력이 확보돼야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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