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진한 녹색, 깊은 맛, 낮은 카페인. 말차(matcha)가 식음료(F&B) 시장에서 건강과 힙함을 동시에 잡는 ‘신소비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커피에 익숙한 한국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했던 말차는 최근 라떼·빙수·케이크는 물론 아이스크림, 초코파이, 스낵류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며 주류 카테고리로 안착했다.
특히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디지털 감성과 웰니스 이미지가 결합된 ‘말차 라이프스타일’이 퍼지면서, 기존 녹차 제품들도 브랜드명을 ‘말차’로 전환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2024년 세계 말차 시장 규모를 38억4,000만 달러(약 5조2,100억 원)로 추산하며, 2025년까지 10.3% 성장, 2029년에는 64억 달러(약 8조9,4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수요 증가 흐름은 일본의 수출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 자국 녹차 수출량 8,798톤 중 절반 이상이 말차였으며,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운 증가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글로벌 수요 급증으로 일본 내에서 말차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말차는 왜 다를까?
말차는 녹차와 같은 차나무에서 나오지만 재배 방식과 가공법, 맛과 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말차는 수확 전 3~4주간 햇빛을 차단한 상태에서 재배한 어린 찻잎을 증기로 쪄서 말리고, 곱게 분쇄해 만든다. 덕분에 떫은맛이 줄고 단맛과 감칠맛이 살아난다.
녹차는 햇빛을 받고 자란 잎을 찌거나 볶아 만든 전통적인 형태로, 가볍고 향긋한 맛과 적당한 쌉쌀함이 특징이다.
색상도 차이가 크다. 말차는 선명한 초록색을 띠며, 시각적 강렬함으로 ‘감성 소비’를 자극한다. 여기에 커피보다 카페인 부담이 적다는 인식,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다는 웰빙 이미지까지 더해지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말차 열풍에는 SNS 기반 모방 소비, 일명 ‘디토 소비’가 강력한 촉매 역할을 했다.
블랙핑크 제니, 팝스타 두아 리파, 배우 젠데이아 등 글로벌 셀럽들이 말차 음료를 즐기는 모습을 공개하며, ‘말차=힙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틱톡에서 ‘#matcha’ 해시태그가 붙은 콘텐츠는 200만건을 돌파했고, 유튜브·인스타그램에서도 말차 관련 콘텐츠가 연일 노출되고 있다.
제니는 유튜브에서 “요즘 커피 대신 말차를 만들어 마신다”고 언급했고, 두아 리파는 스타벅스에서 코코넛 밀크를 더한 말차 라떼를 마시는 모습을 공개해 ‘두아 리파 레시피’로 불리며 유행을 이끌었다.
스타벅스부터 제과업계까지…전방위 확산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미 2016년 ‘말차샷 민트티’를 시작으로 말차 라인업을 꾸준히 확장해왔다.
올해 봄 출시한 ‘슈크림 말차 라떼’는 출시 2주 만에 기존 슈크림 라떼와 함께 200만잔 이상 판매되며 흥행을 입증했다. 현재 △제주 말차 크림 프라푸치노 △제주 말차 요거트 블렌디드 △말차 티라미수 라떼 △아이스 제주 말차 라떼 등 말차 음료 전용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제과업계도 발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월드콘·설레임·티코의 말차맛을 출시했고, 베이커리 브랜드 ‘청수당’과 협업한 한정판 빼빼로·빈츠·아몬드볼도 선보였다.
해태제과는 ‘홈런볼 말차딸기’, 오리온은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를 내놓으며, 기존 녹차 제품보다 말차 함량을 강조하는 마케팅으로 차별화에 나섰다.
커피 중심의 식문화에서 새로운 대안 음료이자 미학적 소비 대상으로 떠오른 말차는 일시적 유행이 아닌 제품의 ‘그린 무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면서도 건강성과 희소성을 동시에 갖춘 카테고리로 산업 내 입지를 확장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말차는 단순한 차 음료를 넘어 Z세대가 ‘내가 마시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 수단이자 아이덴티티가 되고 있다”며 “식음료 산업 전반에서 프리미엄·웰니스 제품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