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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협회장 선출 ‘문턱’ 논란…“이사회 필터로 대기업만 통과?”

임시총회 정관 개정으로 회장 후보 자격 ‘이사회 추천자’로 제한
샘표식품 “195개 회원사 권리, 이사 11명이 좌우…피선출권 박탈”
협회 "정족수 충족·이사회 안건 따른 합법 절차…세부규정 마련"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차기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회장 후보 자격을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로 한정하는 정관 개정을 단행하면서 일부 회원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장직에 복수 후보가 출마한 최초의 상황에서 이사회 중심 구조가 강화되자 "피선출권을 침해한 대기업 중심 개정”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는 지난 4일 오후 임시총회를 열고 "회장은 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선출한다"는 문구를 새로 삽입한 정관 개정안을 가결했다. 기존 정관 제14조에는 ‘회장 및 부회장은 총회에서 선출한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총회 선출’ 방식에 이사회 필터를 추가한 셈이다.

 

이날 임시총회는 총 169개 정회원사 중 정족수인 113개사가 출석해 성립됐으며, 이 중 76개사 이상이 개정안에 찬성한 것으로 협회 측은 전했다. 실제 현장에는 28개사가 참석했고, 나머지는 서류로 위임했다.

 

샘표 “회원권 침해…이사 11명이 협회장 결정하는 구조”

 

정관 개정에 대해 샘표식품은 “사실상 날치기 통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샘표 측은 “사전에 정관 개정에 반대한 기업이 70여 곳에 이르고, 위임장에 반대 의사를 명시한 경우도 다수였지만 협회는 위임장을 확인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며 “이는 절차의 투명성과 정당성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사회 추천 조항이 신설되며 23명의 이사 중 과반(11명)의 동의 없이는 회장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됐다”며 “사실상 이사 11명이 195개 회원사의 회장 피선출권과 선출권을 좌우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샘표는 “협회가 특정 인사를 회장에 앉히기 위한 목적으로 정관 개정을 밀어붙였다”며 “협회의 방향과 리더십이 일부 이사회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는 식품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 “정족수 충족, 이사회 안건…위임장은 개인정보 문제로 공개 불가”

 

협회 측은 논란에 대해 "정관 개정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총회 성원 요건이 막판에야 충족돼 시간이 지연됐고, 위임장에는 찬반 여부 외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어 공개할 수 없었다”며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결정돼 총회에 상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협회는 오는 9일 식약처에 정관 개정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며, 이후 이사회에서 세부 규정을 마련한 뒤 회장 선출을 위한 총회를 다시 열 계획이다.

 

이번 논란은 협회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장직에 복수 후보가 출마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협회는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동원F&B, 농심 등 주요 대기업 192개 회원사가 가입해 있으며 정부와의 정책 협의 및 식품산업 대표 단체로 기능하고 있다.

 

회장직은 무보수 비상근으로, 회원사 대표 중 업계 대표성과 식견을 갖춘 인물이 맡는다. 그러나 후보 부재로 인한 추대 사례가 반복되며 지난 2019년에도 이효율 회장을 가까스로 추대한 바 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와 황종현 SPC삼립 대표가 회장 후보로 나서면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황종현 대표는 최근 시화공장 산재 사망사고로 여론의 압박을 받으며 후보직을 사퇴했다.

 

박진선 대표는 샘표 창업 2세이자 업계 대표적인 전통식품 경영인으로, 부친인 박승복 전 회장은 과거 10년간 협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업계는 협회가 정관 개정 후폭풍을 수습하고, 회장 선출의 공정성과 포용성을 어떻게 확보할지 주목하고 있다. 일부 회원사들은 협회의 리더십 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과 신뢰 회복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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