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과 올연초 조류독감파동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뤘던 양계업계엔 국내외적 양방향 악재로 또 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양계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사태의 관망 뿐. 괜한 대처로‘긁어 부스럼 될까’노심초사 몸을 낮추고 있는 모양새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발생한 조류독감으로 올초 신선육과 가공육소비량은 동기대비 30%, 40%선까지 추락했다.
이후 소비는 지난6월을 기점으로 상당부분 회복됐으나, 올 하반기부터 국내에 보고되고 있는 태국 등지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또다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설상가상, 여기에다 지난 5일 (사)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하 소시모)에서의‘닭고기 항생제 기준치 초과검출’발표로 업계는 꽁꽁 얼어붙을 지경.
업계 한 관계자는“어느 정도 회복된 시점에서 이와같은 일이 벌어져 다시 예전으로 돌아 가지 않을까”크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업계는 현재‘비상사태’라고.
◇ 해외 악재 조류독감
최근 캄보디아 정부의 조류독감 확인보도가 전해지자, 정부당국은 연일 대처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대해 양계업계는 조류독감이란 단어가 매체를 타는 것조차 꺼려해 발표마저 달가워하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선“국산닭고기의 안전성을 널리 홍보해 난관을 타계해야 한다”며 정면돌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침묵 분위기가 만연하다.
한국계육협회 관계자는 사태확산을 원하지 않는 듯 “현재시점에선 사육농가에 방역에 대한 특별지도를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치킨외식산업협회 한 임원은“국내산 닭은 안전하다. 또 태국에서 수입하는 닭고기의 양을 점차 줄여나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태국산닭은 올초 신선육은 전면 수입이 금지됐으나, 가열처리된 신선육에 한해선 8월말경부터 수입(9월중순까지 2000여톤)이 되고 있다. 하지만 조류독감에 노출될 수 있다는 등 안전성에 대한 많은 지적이 있어왔다.
◇ 국내선 항생제 초과 검출
지난달 치킨외식협회와 대한양계협회 그리고 계육협회는 연달아 모임을 갖고, 우리닭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널리 홍보한다는 방식으로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리는데 총력을 다하자고 결의한 바 있다.
그러던 중 예기치 못한‘항생제’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5일 소시모는 대형식육판매점에서 판매하는 육류의 항생제, 미생물 검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중 일부 닭고기에서 기준치를 최고 5배 이상 초과하는 항생제가 검출돼 물의를 빚고 있다.
항생제가 검출된 H업체와 T업체는 사태수습에 고심하고 있음은 물론, 양계협회와 계육협회도 사태가 미칠 파장을 가늠하느라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이번 일로 살아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까 걱정”이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렇듯 양계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다. 자칫 문제가 불거질 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산보다 저가로 알려진 브라질산닭고기가 향후 수입되는 등 수입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한 양계업계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브라질산 닭고기의 수입은 이미 허가는 나 있는 상태로, 가공공장 등에 대한 인증절차만 남아있어 늦어도 내년 하반기부턴 국내에 대량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진기자/lawyo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