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해외 건강보양식 즐긴다베트남 ‘반짱’, 태국-‘얌꿍’, 홍콩-‘불도장’, 멕시코-‘파에야’
| 입맛이 없는 여름철이다. ‘무엇을 먹을까’ 가정의 주부나 밖에 나가 활동을 하는 직장인들 모두가 고민이다. 여름철이면 의례히 보양식으로 보신탕, 삼계탕, 백숙 등을 찾거나 별식으로 냉면, 콩국수, 보리밥, 쌈밥 등을 즐겨 먹는 것이 상례다.
올해는 별식으로 외국 음식을 접해 보면 어떨까? 그렇다고 외유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국내에도 외국 음식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들이 있다. 우리와 지정학적으로 인접해 있는 중국과 일본의 음식 및 미국 음식으로 대변되는 양식은 거리에서 쉽게 접할 수 있지만 그 외 나라 음식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이들 음식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외식점을 찾아 기획특집으로 소개한다.
<기획특집팀> |
▷ 기름기 쪼옥 빠진 '다이어트식'
대부분 찌거나 데쳐 ···날로 먹는 야채도 별미
 | 담백, 달큰, 얼큰한 맛으로 집약되는 베트남 음식. 대개 베트남 음식 하면 쌀국수를 연상하지만 얇고 투명한 라이스 페이퍼 ‘반짱’에 야채와 고기류를 싸 먹는 월남쌈, 월남쌈을 다시 기름에 튀겨 ‘느억맘’소스에 찍어 먹는 짜조 등도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대표적인 베트남 음식이다. | 베트남 음식이 인기를 끄는 것은 우리 식생활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소스인 느억맘은 생선을 발효시켜 만든 소스로 우리의 액젓과 맛이 비슷하다.
또한 우리처럼 주식이 쌀이다. 물론 그냥 밥으로 먹기도 하고 쌀국수나 반짱처럼 쌀을 가공한 식재료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건강에 부쩍 관심을 쏟는 요즘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 건강식이다. 베트남 음식은 기름을 거의 쓰지 않는 건강식이다. 대부분의 고기는 찌거나 데치고 다양한 야채를 날로 먹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오랜 전통을 지닌 국가이고 그만큼 요리도 매우 다양하게 발달했다. 오랫동안 중국의 지배를 받아온 역사적인 배경 탓에 중국 음식과 비슷한 것이 많은데 중국 음식처럼 기름기가 많지는 않다.
또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국 음식과는 향채(香菜)를 사용한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태국 음식처럼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다. 근대 들어 프랑스의 지배를 받아 서양 음식도 들어와 융화를 이루었다.
담백한 쌀국수가 눈에 띄는 ‘호아빈’(02-757-0025). 콩국수나 김치찌개로 유명한 서울시청역 주변에서 독특한 메뉴와 저렴한 가격으로 직장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점심식사 시간에는 앉아서 먹는 사람보다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주요 메뉴는 담백한 국물맛이 일품인 생안심쌀국수. 쇠고기와 한약재를 고아서 우려낸 국물에 안심, 양지머리, 양파, 숙주나물 등을 첨가해 독특한 향을 낸다. 4명 이상이 갔을 때는 월남쌈을 권한다.
베트남 전통의 건강식인 월남쌈은 라이스페이퍼(쌀로 만든 쌈)를 뜨거운 물에 불린 다음, 볶은 고기와 여러 가지 생야채를 싸서 먹는 것으로 여러 재료를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이외에 파인애플 향이 입맛을 살려주는 파인애플볶음밥도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메뉴다. |  | 국내에서 가장 처음 베트남 쌀국수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 ‘포호아’(압구정점 02-546-9330)라는 것에는 이견을 달 사람이 별로 없다. 이미 많은 체인점을 내며 그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우리 입맛에 맞게 음식이 전체적으로 담백한데 특히 쌀국수 국물은 칼칼하고 시원해서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받고 있다. 쌀국수만 17가지 종류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서울 명동에 있는 아오자이(02-754-1919)는 이제 제법 오래된 축에 속하는 베트남 음식 전문점이다. 사장이 직접 미국에서 베트남 음식 전문가에게 전수받은 음식을 선보인다. 다른 베트남 음식 전문점과 달리 베트남 사람들도 꽤 자주 볼 수 있다. 베트남 음식 하면 쌀국수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대중화된 쌀국수를 비롯해 볶음국수, 스프링롤 같은 베트남 요리들을 낸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선릉역 근처에 새롭게 문을 연 포씨클로(02-568-8827)는 얌샤브샤브라는 메뉴가 눈길을 끈다. 얌에 쇠고기와 버섯, 배추, 숙주 등을 살짝 데쳐서 먹고 마지막으로 쌀국수를 끓여 먹는 것인데 샤브샤브에 익숙한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쌀국수, 월남쌈 등이 대부분이던 베트남 음식에 베트남식 궁중음식 전문점인 빌라 드 하노이(02-3444-0101)의 출현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말 그대로 베트남 궁중 요리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데 사용하는 식기들이 명품 도자기여서 음식의 품위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서울 청담동의 한 가정집을 개조해 꾸민 하얀 이층집인 이곳 빌라 드 하노이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 스타일로 담백하고 달지 않아 한국인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
여름에 많이 찾는 메뉴는 파파냉이와 쌀국수가 있으며 가격은 7천~1만3천원대이다. 고기단품요리는 2만~3만원. |
▷ 톡 쏘는 향신료 “더위야 가라”
낯선 음식 이름 배워가는 것도 ‘재미’
 | 태국 음식에 입문하려면 대표적 음식인 얌꿍(시고 매운 새우수프), 얌운센(쌀국수와 해산물 샐러드), 팟타이(숙주나물을 넣은 볶음국수), 카오팟(야채와 계란을 섞은 볶음밥), 수끼(전골류) 등에서 시작하면 된다.
음식점마다 전채요리에서 주식인 밥이나 국수, 후식까지를 모아놓은 세트요 | 리를 먹어본 후 어느 것이 자기 입맛에 맞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태국말이 낯설기에 음식 이름을 하나씩 배워가는 것도 참 재미나다. ‘카오(khao)’는 쌀 요리, ‘팟(phat)’은 볶음 요리, ‘얌(yam)’은 샐러드, ‘♥(tom)’은 찌개를 뜻한다. 이 정도만 알아도 태국 원어로 써 있는 메뉴판의 음식도 대충은 파악할 수 있다.
맛의 유행을 선도하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애프터 더 레인’(02-3446-9375)은 이국적인 편안한 분위기에 식사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 크진 않지만 실내 분위기는 열대우림 지역인 태국의 이국적인 멋과 맛으로 인기를 모았다.
 이 인기를 몰아 최근 서울 안국동 헌법재판소에서 정독도서관 쪽 가는 길에 2호점(02-730-2051~2)을 열었다. 모두 태국 현지인이 주방을 담당해 안정적인 맛을 내고 있으며 이미 시행착오를 거쳤기 때문에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특히 이곳에선 어린게를 껍질째 즐기는 ‘푸 팟 퐁 카리’와 당면 샐러드인 ‘얌운센’ 등이 인기 메뉴이다.
LG 강남타워 지하 식당가에 있는 ‘실크 스파이스’(02-2005-1007)는 마치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가족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더욱이 매콤새콤한 태국 음식을 비롯해 일본 음식과 중국 음식 등을 취향대로 즐길 수 있어 굳이 태국 음식에 취미가 없어도 모두 함께 어울려 갈 만하다.
외국 음식점들이 밀집한 이태원 역시 태국 음식 전문점이 빠지지 않는다. 그 중 추천할 만한 곳으로는 ‘타이오키드’(02-792-8836)를 들 수 있다. 제일기획 맞은편에 있는 이태원호텔 옆 건물 3층에 들어서 있다. 호텔 주방장도 태국에서 데려왔으며 무려 100여가지의 태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메뉴판에는 자세한 요리 설명이 덧붙여 있어 초보자들도 메뉴 고르기가 수월하다.
‘리틀타이’(구 치앙마이02-3783-0770)는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센터 지하의 레스토랑. 현대적인 건물에 난꽃이 떠있는 작은 연못이 도심 속의 한가로움을 나타낸다. 식사량이 적은 여성들은 딤섬과 쌀국수만으로도 만족한다. 볶음카레인 꿍팟 봉 카리, 닭고기 카레인 깽 끼요 완 까이 등이 추천 메뉴이다.
서울 신천에 위치한 태국요리점인 료타이(02-424-6153) 역시 태국의 현지 주방장이 직접 요리를 하고 있다. 이곳의 추천메뉴는 옵사빠롯 라이스. 파인애플의 속을 긁어서 볶음밥을 담아낸 것으로 달콤한 맛이 난다. 해물 탕수육과 비슷한 표완씨푸드도 인기 메뉴. 신선로에 담겨 나오는 매콤새콤한 얌꿍은 입맛을 돋워준다.
여름철에 즐길 수 있는 태국음식은 얌운센(해물샐러드) 딤섬 등이 있으며 가격은 1만4천~1만5천원대. |
▷ 한입 크기의 작은 만두 '딤섬' 매혹적
 | 홍콩에는 중국 남부 광둥인들이 이주해서 정착했기에 홍콩 요리는 광둥요리를 기본으로 한다. 아열대 지역에 위치해 다양한 재료를 많이 구할 수 있고 재료가 가진 맛을 잘 살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요리는 ‘차사오’(돼지 바비큐) ‘유린기’(닭고기 요리) ‘통오리구이’ ‘딤섬’ 등이다. | 그 중 딤섬(点心)은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한입 크기의 작은 만두를 말한다. 이를 차와 함께 마시는 것을 ‘얌차’라고 한다. 밀가루뿐만 아니라 튀김가루, 시금치, 전분 등으로 다양한 색을 내며 요리법도 찜, 삶기, 튀김, 굽기 등 다양하다. 속에 넣는 재료 역시 새우, 게살, 고기, 상어지느러미, 야채 등 가지각색이다.
특히 사슴, 녹용, 동충화초, 자라 등으로 만든 볼도장도 먹어 볼만한 건강보양식이다.
한국에서는 딤섬을 ‘재키스 키친’(02-6002-7150) ‘미스터 차우’(02-730-5656) ‘로터스 가든’(02-565-5700) 등에서 맛볼 수 있다. 서울 코엑스에 위치한 ‘재키스 키친’은 홍콩 영화배우 성룡이 문을 연 곳. ‘하가우’(새우살) ‘쇼마이’(돼지고기) ‘샥스핀 딤섬’ 등이 오동통한 모양으로 씹히는 맛이 훌륭하다.
광화문 코리아나 호텔에 있는 ‘미스터 차우’는 쇼윈도에서부터 전형적인 홍콩식당임을 느낄 수 있다. 돼지고기 목살에 꿀과 간장 등을 발라 구운 ‘바베큐 포크’(차사오), ‘통오리 구이’가 일품이다.
여름철에 먹을 만한 것은 불도장이며 가격은 1인당 5만5천원. |  | |
▷ 옥수수와 콩 그리고 고추의 ‘만남’
 | 멕시코 음식의 3대 재료는 옥수수와 콩 그리고 고추이다. 멕시코인의 주식도 옥수수로 만든 ‘토티아’. 그냥 구워서 먹기도 하고 물에 불린 후 으깨서 얇고 넓적하게 편 다음 구워서 먹는 일종의 옥수수 전병이다. 이 토티아 위에 소고기나 돼지고기와 야채 등을 얹어 싸먹으면 ‘타코’가 된다. |
‘파에야’도 멕시코에서 널리 맛볼 수 있는 음식. 넓은 팬에 새우·홍합·오징어 등의 해산물, 완두콩·샤프란(향신료의 일종) 등을 넣고 볶다가 불린 쌀을 넣고 볶은 음식이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다.
대표적인 멕시코 전문 음식점으로는 서울 압구정동의 ‘까사마야’(02-545-0591), 이태원의 ‘판초스’(02-792-4767), ‘피지 아일랜드’(02-798-4656), 명동에 위치한 ‘쿵가콩가’(02-775-6600) 등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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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영향받은 서민적 음식
 | 국토의 60% 이상이 알프스 산맥 위에 있는 스위스는 인접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위스 요리의 특징은 프랑스 요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몇 가지 재료만을 이용해 서민적인 소박함을 풍긴다는 것이다. | 스위스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치즈와 초콜릿이 있다. 치즈는 150여가지가 있는데 그 중 아펜젤러, 그뤼에르, 에멘탈 등이 유명하다.
치즈를 이용한 대표적인 요리인 퐁듀는 프랑스의 ‘fondre’(녹이다, 용해하다, 담그다는 뜻의 동사영어로는 melt)에서 온 말. 긴 꼬챙이 끝에 음식을 꿴 다음 치즈 녹은 것이나 소스에 담갔다가 먹는 음식이다.
한국에서 퐁듀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샬레스위스’(02-797-9664) ‘작은 스위스’(02-766-7704) ‘레퐁듀’(02-541-8066) 등이 있다. |  | 퐁듀 가격은 2만6천~3만1천원대. |
▷ 우리 누룽지 같은 맛? '수깔라다'의 매혹
 | 한국에서 스페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는 서울 논현동 ‘라 에스끼냐’(02-3446-2525)가 있다. ‘라 에스끼냐’는 스페인어로 ‘길모퉁이’를 의미한다.
이곳에서는 스페인 남부 세고비아 전통요리인 ‘코치니요 아사도’를 음미할 수 있다. |
손님 중 한 사람이 접시 가장자리를 칼날 삼아 돼지고기를 토막낸 후 사용한 접시를 바닥에 내던져 깨뜨리는 의식을 거행하고 살사 소스에 찍어 먹는다. 한국인 입맛에는 볶음밥 ‘빠에야’와 누룽지 ‘수깔라다’가 잘 맞는다.
빠에야 가격은 1만8천원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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