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정부가 과잉생산되는 쌀 수급 안정화를 위해 가루쌀 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한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가루쌀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저조해 오히려 가루쌀 마저 과잉생산을 부추겨 추가적인 매입 · 보관비만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가루쌀을 정부가 작년 6900t(정곡기준)을 전량 매입했으나 종자용으로 판매된 400t을 제외하고 업체용으로 판매된 물량이 2024년 9월 기준 정부매입물량 대비 30% 수준인 2,000t으로 시장수요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가루쌀 제품화 사업 위탁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부터 제출받은 2023년도 사업추진결과에 따르면 2023년 가루쌀 제품화 지원사업에 15개 기업이 참여해 59종의 제품개발이 이뤄졌으나 제품출시로 이어진 것은 10개 기업 47종이었다.
이중 판매 부진, 유통처 부재 등으로 출시 후 단종된 것도 7종에 달해 실제 제품화는 40종으로 제품개발 대비 67%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가루쌀 제품화 사업을 지원하면서 제품출시도 못한 기업들에게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자금이 지원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품을 출시한 일부 기업들의 가루쌀 제품 판매 손익을 살펴보니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일부 제품은 판매하면서도 손실을 보고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가루쌀 제품에 대한 판매현황조차 점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가루쌀 제품에 대한 시장 수요가 저조하면 정부가 매입한 가루쌀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해 결국 남는 가루쌀의 보관, 가공, 품질저하 대응 등을 위해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루쌀은 정부가 공공비축미로 매입해 정부 양곡 창고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루쌀 생산을 대폭 확대해 과잉생산 우려가 있는 밥쌀 생산을 줄인다는 정부의 계획이 오히려 가루쌀마저 과잉생산을 부추겨 추가적인 매입 · 보관비만 늘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루쌀은 수입 밀을 대체하기 위한 것인데 2023년 기준 수입 밀 원료 단가는 kg당 498원인데 반해 가루쌀 원료곡 단가는 kg당 1,540원으로 3배 차이였고 올해 수입밀 가격은 더욱 하락해 426원으로 3월 이후 정부가 가루쌀 가격을 1,000원으로 인하했지만 그 차이는 2.3 배에 달해 수입 밀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 가루쌀 원료곡 가격이 1,000원이 된 것도 지난 3월까지 1,540원이던 것을 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낮춰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7년까지 수입 밀 수요의 10%를 가루쌀 20만톤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인데 원료곡에서부터 가격 격차가 두 배여서 정부의 목표대로 가루쌀이 수입 밀 시장의 10%를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의 두 배 차이도 정부가 원곡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으로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질 것이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업체들이 가루쌀을 쓰지 않게 될 것이다.
종합해보면 정부가 전량 매입한 가루쌀의 판매 실적이 낮은 수준이며 기업들의 가루쌀 제품의 판매실적은 심각한 수준이고 수입 밀 대비 원료곡 가격경쟁력도 낮아 가루쌀의 자생적인 시장 형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 의원은 "시장 형성이 안되면 쌀이던 가루쌀이던 창고에 남는 것은 똑같은 것으로 차라리 가루쌀 확대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맞다"며 “쌀 과잉생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농형 태양광 확대 보급정책 등 쌀 재배면적을 일부 줄이고 농어민의 수입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가 다각적인 정책 방향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