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대체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먹을거리에 대한 서민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언제 꺾일지 모르는 물가로 가뜩이나 씀씀이가 움츠러든 마당에 서울 등 국내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측정됐기 때문이다.
방사성 물질의 방사능이 미량이어서 인체에 해를 입히지 않을 정도라는 게 전문가 집단의 과학적 분석이지만 방사능에 막연한 공포가 있는 서민들의 심리적 불안을 잠재우지는 못하는 것이다.
29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식료품을 사러 온 주부 김모(45)씨는 "물가가 오르면 절약하면 되지만 방사능 오염은 사실상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국내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니 겁이 왈칵 난다"고 말했다.
주부 황모(33)씨도 "지금까진 일본 농수산물만 안 사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방사성 물질이 국내까지 유입됐다는 소식에 국산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도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는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나자 지난주 일본산 생태, 고등어 등 수산물의 수입을 잠정 중단하는 조치를 해 일단 급한 불은 껐다.
그러나 국내 농수산물의 방사능 오염 우려에 대해선 상황을 주의해 보는 형편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아직 국내 농수산물이 방사능 오염이 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본다"면서도 "비중이 작았던 일본산과 달리 국내산까지 섣불리 대책을 세운다면 오히려 불안을 부추길 수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도 좀체 떨어지지 않아 서민들의 식탁에 '잔인한 4월'을 예고했다.
29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소매가격 기준 3천원 안팎이었던 고등어는 현재 6천원으로 올랐고 삼겹살(500g)은 9900원에서 1만3900원이 됐다.
닭고기(손질한 육계 1㎏)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올해 초 5980원에서 현재 7980원까지 뛰었다. 최근 두 달새 배추(2.5㎏)는 2880원에서 3980원으로 올랐고 고춧가루(상품 1㎏)는 1만7800원에서 2만6750원이 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겨울 한파와 일본 농수산물 수입 중단으로 국내산의 가격이 한동안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