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노련한 경영자의 경험을 중시하라' '손님에게 친절하라' '소비자는 더 많은 것을 받길 원한다' '따뜻한 이미지 광고가 먹힌다'...
기업들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명제들이다.
신간 '디퍼런트'는 기업 마케팅과 소비자 심리에 관한 우리의 생각을 확 뒤집는다.
저자인 문영미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남들과 비슷한 전략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모든 기업이 똑같아지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 저가항공사 젯블루, 이케아 등 기업의 사례를 통해 혁신적 기업들의 '다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세상을 만드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대표적인 고정관념인 '손님에게 친절하라'는 명제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 명제는 유통업체 등 대부분의 기업이 절대적인 지침처럼 떠받들고 있지만 사실은 잘못된 것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기업과 유통업체의 과잉 친절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는 것.
매장 직원들은 고객의 선택을 도와주려고 고객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지만, 고객은 오히려 불편함을 느낀다.
포털 사이트들도 뉴스, 날씨, 스포츠 등 한 가지 정보라도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첫 화면에 갖가지 정보를 보여주려 하지만 사용자들은 오히려 정신없는 화면과 느려 터진 검색 속도에 짜증을 낸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은 첫 화면에 뉴스, 날씨 등 기존 포털 사이트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던 항목들을 하나도 보여주지 않았다. 단순한 화면은 사용자들로부터 참신하다는 반응을 얻었고 후발주자였던 구글은 인터넷 검색 시장 1위로 올라선다.
저자는 구글처럼 아주 독특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들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단을 내린 아이디어 브랜드를 '역포지셔닝 브랜드'(reverse-positioned brand)라고 정의한다.
역포지셔닝 브랜드들은 핵심에서 벗어난 모든 부가적인 가치들을 과감히 털어버리고 혁신적인 조합을 통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반면 맥도날드와 스타벅스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것을 제공하려다 오히려 차별화에 실패한 사례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타벅스는 아침식사 메뉴를 개발하고 있고, 맥도날드는 매장 안에 커피 바를 만들고 있는데 이는 하향평준화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다양한 기업 사례를 통해 시장, 브랜드, 소비자 심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혁신적 기업들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보여준다.
저자인 문 교수는 재미교포 2세로, 예일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7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여성 종신교수로 임명됐다.
현재 하버드 경영대학원 '도널드 K. 데이비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며 2005년과 2006년에는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교수'상을 연이어 수상하기도 했다. 원제는 'Different'.
살림Biz 펴냄 / 박세연 옮김 / 328쪽 /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