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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 '하림 육가공 공장' 유치 놓고 '시끌'

경기도 안성시가 육가공 공장 유치를 둘러싼 논쟁으로 시끌벅적하다.

안성시 미양면과 서운면 일대 조성 중인 제4산업단지에 고용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육가공업체 하림을 유치하려는 시와 폐수.악취.가축전염병 등을 이유로 반대에 나선 축산농가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시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하림은 제4산업단지 내 7만3000㎡에 2500억원을 들여 '안성식육종합센터(ASMH)'를 건립해 하루 평균 돼지 3천두와 가금류(닭과 오리) 16만수, 소 50두를 도축하고 햄과 소지지 등을 하루 평균 580t을 가공.생산하는 시설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 시설이 들어설 경우, 2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연간 1500억원에 이르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가져와 다른 기업의 투자유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루 폐수처리량이 제4산업단지 1단계 계획량(하루 2000t)을 초과한 5100t으로, 기반시설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라 시는 배수지와 관로 건설비(150억원)를 확보하려고 1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는 산업단지 개발주체인 경기도시공사에 환경영향평가 재협의와 개발계획 변경을 요청하는 한편, 하림 측과의 투자유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가장 중요한 것이 대기업 유치"라며 "지역과 축산농가를 살릴 수 있는 윈-윈 전략을 세울 방침"이라고 밝혔다.

◇축산농가 "가축전염병 발병시 파괴력 상상초월"

도축 및 가공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안성지역대책위원회'는 최근 하림 유치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축산농가들은 소 9만여두와 돼지 22만여두, 300만 수가 넘는 닭을 사육하는 안성지역에 도축장이 들어서 구제역이나 AI(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그 파급력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구제역 발생이 사람과 차량, 가축의 이동과 접촉에 원인이 있다"며 "하림의 가축출하량은 하루 5t 트럭 100대가 넘는 물량으로, 외부에서 전염병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도축장 운영과 차량 운행으로 악취와 오폐수가 발생할 것"이라며 안성시 곳곳에 '하림 진출 반대' 현수막을 내거는 등 반발하고 있다.

안성시민연대 측은 "가축전염병은 사람과 가축, 차량의 이동으로 전파되는데, 대형 도축장이 들어서면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계 농가들 역시 전국 양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기업이 수도권에 진출하는 데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3D 업종인 도축가공 공장에는 40대 이상의 여성과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된 육류가공 산업에 2천여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시-축산농가 '타협 없는 대립'

지난 1일 안성시청에서 열린 간담회는 시와 농민들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결렬됐다.

하림 측은 축산물 수입개방에 따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최고 수준의 친환경 공장과 도축장을 건립하고 가공.포장.저장.물류를 통합해 '원루프시스템(One-Roof-System)'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시는 "출하 전 혈청검사, 키트검사 등으로 병에 걸린 가축은 이동하지 않으며, 수송차량에 대한 철저한 소독과 세차로 가축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육가공 공장이 들어서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안성지역은 엄청난 재앙에 휩싸일 것"이라며 유치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