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마감하는 대선주조 입찰제안서 제출이 대입 눈치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대선주조 인수 의사를 밝힌 부산지역 상공계(대표회사 삼정), BN그룹, 무학, 롯데칠성음료, 골드만삭스(재무적 투자자) 등 5곳은 30일 오후 3시까지 매각 주관사인 대우증권 서울 본사에 인수가격과 자금조달 방안이 포함된 입찰제안서를 내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자격을 얻는다.
눈치작전이 벌어지는 것은 인수가격 때문이다.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는 기업이 생길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규정상 인수가격을 가장 많이 써낸 기업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다. 하지만 참가 기업으로서는 자금 사정을 고려해 무턱대고 많은 액수를 써낼 수 없어 경쟁상대가 얼마를 적을지 경우의 수를 분석하며 적정 인수가격을 29일 밤늦게 산출했다.
최종 입찰제안서를 내는 기업이 줄어들면 인수가격이 내려갈 가능성도 계산했다. 대학입시처럼 경쟁률이 떨어지면 커트라인도 낮아지는 이치다. 이 때문에 인수전 참가 기업은 인수가격이 다르게 적힌 몇 장의 입찰제안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 기업 상당수는 30일 아침부터 대우증권 본사 앞에서 대기하면서 경쟁상대가 서류를 제출하는 분위기를 파악한 다음 마감시간에 임박해 들고 간 몇 장의 입찰제안서 중 한 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선주조 인수전에 참가한 한 기업 관계자는 “현장에서 해당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수시로 연락하며 인수가격을 막판에 적어내는 등 대입 원서접수에서 볼 수 있는 눈치작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한편 부산시는 29일 이례적으로 '대선주조 매각과 관련한 시의 입장'을 발표했다. 시는 “대선주조는 소주라는 지역 정서상 강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으로서 매각과정에서 향토기업의 정통성을 이어갈 수 있는 부산지역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의 입장 발표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인수가격을 가장 많이 써낸 기업에 대선주조가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시장경제 원리를 놓고 볼 때 시가 부담을 무릅쓰고 강제력이 없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롯데와 사전 교감이 있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온다.
또 롯데와 골드만삭스 같은 외지기업의 풍부한 자금력에 위협을 느낀 부산지역 상공계와 BN그룹이 시에 측면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롯데, 부산지역 상공계, BN그룹은 “대선주조 매각에 대한 시의 입장 발표와 관련해 사전에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