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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표시제' 대폭 후퇴

소비자단체 "업계의견 치우친 전시행정" 지적

내년 1월부터 지방, 포화지방, 당, 나트륨 함량이 많은 빵, 과자 등에 적색등이 붙는다.

보건복지부는 어린이 기호식품 가운데 지방, 포화지방, 당, 나트륨이 일정량을 넘으면 적색등을 표시하도록 권고할 품목으로 과자ㆍ빵류와 즉석식품 중 김밥ㆍ햄버거ㆍ샌드위치를 우선 선정하는 내용의 '어린이 식생활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마련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내년 1월부터 어린이가 즐겨 먹는 식품의 영양소별 함량을 적, 녹, 황의 3단계로 표시하도록 권고하는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이 시행되는 데 따른 것이다.

대상품목 선정기준에는 기존의 표시만으로 영양의 고저를 판단하기 어려운 김밥, 햄버거, 샌드위치, 과자, 빵류 등 5개 품목을 포함시켰다.

반면 복지부는 신호등 표시로 되려 건강식품으로 혼동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보고 캔디, 빙과류, 탄산음료, 컵라면 등을 대상에서 제외했고, 반대로 식품의 특성상 적색표시가 불가피한 식품인 초콜릿, 발효유, 아이스크림 등도 제외대상으로 분류했다.

특히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햄버거는 대상품목에 포함된 반면 정작 어린이가 즐겨 찾는 햄버거 전문 프랜차이즈 제품은 제외되는가 하면 가게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빵류는 포함됐지만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제빵류는 신호등 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호등 표시제는 원래 시행대상이 어린이 기호식품이지만, 복지부가 가공식품과 조리식품으로 이뤄진 어린이 기호식품 중 가공식품만을 대상품목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리식품 상당수가 아직 영양표시 의무표기 대상이 아니지만, 특별법상 전국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갖춘 제과점이나 패스트푸드 업체에 한해 연중 90일 이상 판매하는 조리식품의 열량과 당류, 포화지방, 나트륨 등 영양성분을 표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의 선정 기준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자율시행제를 굳이 일부품목으로 제한한 것도 문제지만, 품목 선정에서도 업계 목소리를 대폭 반영하면서 어린이 식생활과 동떨어진 시행안이 마련됐다고 소비자단체는 지적했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어린이 식생활에 밀접한 주요 품목을 정확하게 겨냥해서 시행한다면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어린이가 주식으로 즐겨 찾는 프랜차이즈 햄버거나 제빵류를 제외하고 간식으로 가끔 먹는 과자나 편의점 햄버거만 적색등을 표시하는 정부 정책안은 전시행정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식품공업협회는 복지부의 요청을 받아 이날 자체 예산까지 들여 공청회를 주관하며 대상품목을 최소화해달라는 입장을 펼칠 전망이어서 신호등 표시제 시행품목이 추가로 제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식공 관계자는 "복지부 시행안에는 초콜릿, 빙과류를 제외해달라는 업계의 요청은 반영됐지만, 빵류를 빼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빵류는 어린이가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도 아닌데 적색등을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