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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먹거리 사기 '기승'

미국 사회도 '식품 사기(food fraud)'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일반 우유가 양젖으로 둔갑했고, 미시시피에서 흔히 잡히는 주걱철갑상어는 고가의 철갑상어로 팔렸다. 일부 양봉업자는 벌꿀에 사탕무와 옥수수 시럽 성분을 섞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서는 약 450㎏의 베트남산 냉동 메기를 농어의 일종인 그루퍼와 붉돔, 도다리 등으로 속여 판매한 남성이 법의 심판을 받았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30일 식품 사기가 과일주스, 올리브유, 조미료, 식초, 포도주, 증류주 등 각종 음식물에서 적발되고 있다면서 식품의약국(FDA)이 이에 강력 대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특히 해산물 업계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지방의 슈퍼마켓부터 대형 업체까지 사기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꿀벌과 올리브유 생산.유통 협회는 불순물이 섞인 제품을 가려낼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것을 FDA에 촉구하기도 했다.

식품생산업협회(GMA)에 연구 자문을 하는 컨설팅업체 'AT 커니'의 제임스 모어하우스 선임 파트너는 "식품 사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보통 생각하는 이상"으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식품 전문가인 존 스핑크 미시간주립대 교수는 미국에서 유통되는 식품 가운데 5~7%, 또는 그 이상이 식품사기와 관련돼 있다고 추산했다.

식품 정보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일은 FDA의 몫이지만 오염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다 보니 음식물 사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FDA는 전체 수입 어류 중 단지 2%만 검사하고 있을 뿐이다.

당국이 굼뜨자 유전자 감식, 동위원소 분석 등 첨단 기법으로 무장한 '시민 감시단'이 활약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은 뉴욕시 고등학생 2명이 66가지 식품 유전자를 분석해 이 가운데 11개 식품 정보가 거짓 기재됐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반인이나 소규모 업체들이 사기를 눈치 채기는 쉽지 않다. 심지어 하인즈나 크래프트, 갈로 등 유명 식품업체도 종종 불량 원료를 가려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식품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불황까지 겹치면서 먹거리 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DNA 전문 분석업체인 '테리온 인터내셔널'의 윌리엄 거기츠 대표는 "불황 속에서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벌려고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