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식기술 개발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일반 양식 넙치(광어)보다 30% 이상 빠르게 자라는 육종 넙치(신품종)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질병에 강한 내성 품종과 전복 돌돔 등 다른 양식 품종 쪽으로 육종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하지만 생존율 향상과 신품종의 산업화 안착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5일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에 따르면 국민 선호도가 가장 높고 수출 가능성이 큰 넙치를 신품종 개발 대상으로 정하고 2004년부터 육종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세계시장의 개방화 추세에 맞춰 국내 양식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종기술에 의한 우량 신품종 개발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넙치는 바다 양식 어류의 50%를 차지하는 주요 어종이지만 생산단가 상승과 값싼 수입 활어 증가, 집단 폐사 등으로 양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수산과학원은 당초 육종 넙치에 대한 산업화 시점을 2013년으로 잡았으나 이 같은 상황에 따라 3년 앞당겨 올해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육종센터는 연구 시작 이후 2005년 자연·양식산 넙치 1000마리로부터 유전적 다양성에 기초한 육종 넙치 1세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2007년에는 성장과 체형 개선에 중점을 둔 2세대를, 지난해에는 세균·바이러스 질병에 강한 3세대 신품종을 각각 생산했다. 과학적 교배와 인공수정 등 핵심기술이 집약된 육종 넙치는 성장속도뿐 아니라 기형 발생률이 낮은 게 특징이다.
그러나 생존율(50~60%)을 끌어올리는 것이 관건이다. 지금은 100마리를 키우면 50~60마리만 살아남는 실정이다. 그만큼 비용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육종 넙치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수요-공급 불균형) 우려도 해결 과제로 꼽힌다.
센터 측은 이와 관련, "기술개발을 통해 2012년 보급하는 넙치 신품종의 생존율을 80%로 높일 것"이라며 "이 신품종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에 집단 폐사와 약제 사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종묘 수급 조절이 가능한 대표성 있는 단체를 통해 산업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중장기 계획(2014~2020년)으로 성장률과 질병 내성 수준을 지금보다 배 향상시킬 방침이다. 북유럽의 노르웨이가 연어 육종기술 보유로 세계 연어 공급량의 80%를 차지하는 것처럼 넙치도 브랜드화를 통해 세계 상품화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