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지역 모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집단식중독 사고와 관련해 학교 측의 늑장보고 등 대처 미흡이 지적되고 있다.
20일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이 학교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 14일 저녁식사로 학교급식을 먹은 학생들이 다음날 15일부터 설사와 복통을 호소했으나 스승의 날 행사와 교내합창대회 등으로 유야무야 넘어갔다.
이후 주말을 지나면서 식중독 증상을 나타내 개인적으로 병의원에 다녀온 학생이 반별로 서너명에 달했으나 학교 측은 18일 40여 명의 학생이 추가 증상을 보인 뒤에야 지역보건소와 교육당국에 관련 사실을 보고했다.
이날 급식은 미리 귀가한 일부 학생을 제외하고 1~3학년 전교생이 먹었기 때문에 전체 피해학생수는 수백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학교 측은 외부에 식중독 사실이 알려지면 좋지 않다며 학생들에게 입단속을 시키는 등 사건 축소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외부에 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입조심시켰다"며 "피해 학생수가 애초 알려진 40여 명을 훨씬 넘어 최소 수백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평소에도 하루 너다섯명의 학생이 보건실로 찾아와 복통 등을 호소한다"며 "처음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고 18일 많은 학생이 식중독 증상을 나타내 보건당국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또 "관련 규정에 따라 하루 3차례 이상 설사한 학생들을 식중독으로 조사한 것일 뿐 피해를 축소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수성구보건소는 식중독 증상 학생의 가검물과 조리기구, 보관된 음식, 물 등을 수거해 대구시보건환경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1주일 후 검사결과가 나오면 정확한 사고경위와 원인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