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제 폐지, 전문경영인 도입'을 핵심으로 조직과 경영을 쇄신하겠다던 부산공동어시장이 첫 전문경영인을 객관적인 검증절차 없이 어물쩍 선임하려해 눈총을 받고 있다.
14일 농림수산식품부와 부산공동어시장에 따르면 어시장은 3월 농식품부에서 수정 요구를 받았던 정관 개정안과 사장 선출규정 제정안을 논의하면서 또 다시 '첫 전문경영인에 한해 운영위원회에서 1인을 추대하기로 의결하면 사장추천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추천인을 사장으로 선출, 임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어시장 측은 실무담당자의 의견임을 전제로 이런 요구를 했지만 농식품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따라 전문경영인을 뽑아야 한다"라며 '절대 불가' 입장을 나타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시장이 폐쇄적인 회장 선출제도와 내부 알력 때문에 파행 운영돼 온 만큼 첫 전문경영인부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절차에 따라 뽑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시장이 첫 전문경영인을 어시장 출자 5개 조합장으로 구성되는 운영위원회의 추대로 뽑으려는 이유는 뭘까.
지역 수산업계에서는 '현재 어시장 임원으로 있는 특정 인사를 사장으로 앉히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5개 조합장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첫 전문경영인으로 앉히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수산업계 인사는 "정관을 개정한다 해도 결국 사장선출권은 5개 조합장들에게 있는 것 아니냐"라며 "첫 사장을 검증절차 없이 뽑는다면 어시장의 조직.경영 쇄신 의지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시민단체들도 "구시대적인 조직 운영으로 여러 번 파행을 겪은 어시장이 또 뒷걸음질 치려하고 있다"라며 "어시장의 공공성을 생각할 때 첫 사장부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선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어시장 관계자는 "농식품부와의 조율 과정에서 실무자 의견으로 나온 것일 뿐 공식 입장은 아니며 계속 고집할 조항도 아니다"라며 "내부 논의를 한 다음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확정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어시장은 이 조항을 뺀 나머지 농식품부의 수정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였다.
사장 후보를 상대로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객관적이고 계량화 된 검증 절차를 적용해 공정하게 평가하기로 했으며 사장 추천위원회에 지역수산업계 사정에 밝은 사람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추천위가 정한 후보자가 운영위원 5명 가운데 과반을 득표하면 사장으로 선출된다는 규정을 5표 가운데 4표 이상 얻어야 선출되는 방식으로 조정키로 했다. 오래된 어시장 시설을 현대화하는데 드는 예산도 자구 노력으로 확보해 정관개정안에 반영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