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해외 영농산업에 야심찬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약 300만㎡)의 33배에 이르는 해외 영농법인을 인수하며, 식량안보 차원의 해외 식량기지 확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1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1만ha(약 9900만㎡) 규모의 뉴질랜드인 소유의 하롤 제르노(Khorol Zerno) 영농법인 지분 67.6%를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농법인이 있는 지역은 연해주의 주도(州都)인 블라디보스토크시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곡창지대로, 도로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수확한 곡물을 국내로 반입하기 용이하며 또 해외에 수출도 유리한 지역이다.
현대중은 이로써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함께 녹색산업인 농업분야에도 진출함으로써, 차세대 성장 동력인 친환경사업을 집중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중은 이 농장의 토지 비옥도를 유지하고 비료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체 농지의 3분의 1만 경작하는 친환경 윤작농법을 채택키로 했으며, 2014년에는 연간 6만t 규모의 옥수수와 콩을 생산할 예정이다.
수확한 농산물이 국내에 공급되면 축산농가가 겪고 있는 사료 수급 불안정과 가격급변 해소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해외 식량기지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간척한 서산농장과 같은 크기로 창업주의 유지를 이어받는 동시에 정부의 식량자원 확보정책에 부응하고 새로운 녹색성장의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또 현대중이 그동안 추진해 온 신재생에너지사업 등 그린 비지니스 사업영역을 식량분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친환경기업으로의 기업 이미지 제고와 함께 녹색산업 영역을 다각화하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은 오는 2012년까지 4만ha의 농지를 추가로 확보해 영농 규모를 5만ha까지 넓힐 계획이다.
한편 현대중 재무·자원개발 총괄 양봉진 전무는 "해외 영농법인은 친환경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현대중공업이 녹색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현지에 상주 임직원을 직접 파견해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선진 농법교육을 실시해 경영 효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