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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AI 포화에 농식품부 '탈진'

미국산 쇠고기 개방의 주무 부처로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가 힘겨운 사태 수습에 '인책론'까지 겹쳐 뒤숭숭한 분위기다.

더구나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한달 보름여 이어지면서 두 가지 대형 이슈를 직접 다뤄야하는 검역.방역 관련 부서의 경우 심리적 부담과 반복되는 철야 근무에 직원들이 체력과 정신력 모두 거의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16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번 한미 쇠고기 협상의 수석대표였던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은 심한 몸살로 병가를 내고 15일 이후 이날 오전 현재까지 자택에 머물고 있다.

지난달 11~18일 쇠고기 협상을 지휘한 뒤 휴식없이 곧바로 매스컴을 통한 '개방 당위성' 홍보에 나선데다 3~4시간씩 이틀에 걸친 '광우병 끝장 토론', 국회 농해수위.통외통위 청문회 등에 잇따라 출석하는 강행군에 목소리를 내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졌다는 전언이다.

또 민 정책관을 비롯한 협상 실무진들은 청문회 과정에서도 줄곧 청심환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종일 증인석에 불려나가 쏟아지는 의원들의 고성과 질책, 질문을 감당하려면 약의 도움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체력 고갈보다도 더 힘든 것은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협상 타결 이후 농수산식품부 홈페이지에는 '불평등 협상'에 대한 비난의 글이 꼬리를 물고 있고, 최근 '오역 파동' 이후로는 "영어도 못하는 공무원들"이라는 비아냥까지 더해지고 있다.

한 고위급 직원은 "설명 자료 배포 과정의 해석 실수도 업무가 집중된 몇몇 실무자들의 과로와 무관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협상 과정과 내용에 정통한 농식품부 및 검역원 직원은 불과 3~4명 뿐으로, 이들은 현재 정부.국회.청와대.언론 등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를 만들고 설명하느라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펴놓고 거의 매일 철야 근무를 하고 있다.

AI 상황실도 사실상 24시간 체제로 돌아가고 있다. 축산정책단 소속 직원 4~5명이 한 조를 이뤄 '오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3시' 방식의 상황실 근무를 3일씩 돌아가며 서고 있다.

과로와 비난 여론, 미흡한 대응에 대한 청와대의 질책, 여권에서까지 거론되는 문책론 등으로 이래 저래 농식품부는 지난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당시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