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 결정으로 인한 인간광우병(vCJD) 우려에 대해 과도하게 우려하기 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차분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현구) 개최한 '광우병과 쇠고기 안전성' 토론회에서 광우병 전문가들은 광우병 위험에 대해 다소 이견을 보였으나 지나친 우려하는 것보다는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서울대 수의대 이영순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광우병은 없던 질병이 육골분의 동물성 사료를 소에 먹여 생긴 것으로 원인이 밝혀진 후 동물성사료를 금지하자 수년만에 발병이 급감했다"며 "5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에서 1988년 동물성 사료를 금지한 뒤 광우병 발생건수가 1993년 3만5000마리에서 1998년 3235마리, 2004년 343마리, 2007년 67마리로 줄었고 인간광우병 역시 1999년 29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인 유전자형 정말 광우병에 취약한가 = 토론 참가자들은 한국인의 M/M 유전자형이 인간광우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라는 데에는 뜻을 같이 했으나 실제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는 M/M형이 인간광우병 위험이 높다는 것은 교과서에 실릴 만큼 인정된 사실인데 논란이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M/M형 유전자가 광우병 발병과 관련이 없다고 단정해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의대 정해관 교수는 인간광우병은 발생 건수가 적어 유전자형과 발병의 관계를 조사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M/M형의 경우 M/V 또는 V/V형보다 광우병 위험이 2배에서 4~5배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사협회 양기화 연구위원은 M/M형은 광우병 위험 요소일 수는 있지만 백인은 광우병을 막아주는 것으로 알려진 219번 위치의 G/L형이 전혀 없으나 한국인은 8%가 G/L형이라며 특정 유전자형을 직접 광우병 위험과 연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30개월 이하 소의 고기는 안전한가 = 토론 참석자들은 30개월 이하 소의 경우 고기나 근육에도 미량의 프리온이 존재할 수는 있지만 변형프리온의 99.7%가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진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고기를 먹는 것은 안전한 것으로 봐도 좋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영순 교수는 일본에서 21개월과 23개월 소가 광우병에 걸린 예가 있다는 지적에 일본의 두 사례는 광우병 확진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못해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며 30개월 이하 소의 경우 SRM을 제거한 고기는 안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우희종 교수는 30개월 이하에서 광우병이 발견된 사례에 대해 독일에서 27개월, 28개월 소에서 발병한 경우가 있다며 아직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광우병 감염 소를 찾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변형 프리온 검사를 위해 24개월 이상 소는 모두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쇠고기 섭취 외의 광우병 감염 위험은 = 성균관대 의대 정해관 교수는 인간광우병 환자는 대부분이 광우병 소 섭취가 원인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하지만 혈액 등을 통한 사람과 사람 간 감염 예도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가 인간광우병 감염자의 뇌에서 추출한 성장호르몬 때문에 감염된 사례와 수혈을 통해 감염된 사례가 있으며 영국은 프리온 농도가 높은 부위를 수술할 때 기구에 의한 감염을 우려해 2002년 수술기구를 모두 1회용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소 부산물을 사용한 화장품, 콜라겐 등은 안전한가 = 토론자들은 광우병 위험 소의 부산물이 사용된 화장품과 콜라겐 등 제품에도 프리온이 들어 있을 수 있어 감염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실제 감염이 일어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건국대 수의대 이중복 교수는 소의 부산물들이 실제로 화장품 원료로 수입되고 있지만 화장품에는 대체로 단백질 함량이 적은 소기름이 사용돼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실제로 그런 경로로 발병한 사례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70~80년대 우리나라도 유럽에서 육골분 사료를 수입했으나 그것이 너무 비싸 소사료로 사용하지 못하고 도자기 만드는 데 사용했다며 결과적으로 그것이 우리나라를 광우병 없는 나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간광우병과 크로이츠벨트야콥병(CJD), 알츠하이머는 진단은 = 서울대 의대 김상윤 교수는 CJD을 10년간 50여명 진료했다며 전형적인 증상에는 큰 차이가 있으나 알츠하이머와 CJD 증상이 혼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03년 발생한 CJD 환자의 경우 젊은 사람이어서 인간광우병 의혹이 있었으나 숨지기 전 CJD로 확진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간광우병도 그렇지만 CJD도 확진하기 위해서는 사망 후 부검을 하거나 생체 조직검사를 해야 하는 최근 수술 중 감염 위험이 제기되면서 검사를 꺼리는 경향이 많다며 국가적 뒷받침이 없으면 검사조차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광우병 논란에 대한 대처는 = 연세대 의대 신동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위험의 본질을 파악해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위험은 쉽게 피할 수 있고 어떤 위험은 피하는 데 돈이 많이 들고 어떤 것은 피하는 게 불가능할 경우도 있다며 피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는 그 위험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소 부산물로 만든 젤라틴을 상처 난 피부에 바르지 말라고 하는 것은 쉽게 실행할 수 있지만 동물성사료 금지는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그 예로 들었다.
신 교수는 이어 위험을 대한 대처는 돈과 노력, 가능성 등 위험의 본질을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어렵고 불가능한 것에 대해 논쟁만 하는 것은 에너지 낭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