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가 산업화 도시화된 이후 가장 두드러지게 달라진 모습을 하나 들라면 인구의 도시 유입과 이에 따른 농산물의 급격한 감소 그리고 식품의 해외의존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국가 간 FTA 체결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무역의 자유화가 이루어지면 지금보다 더 값싸고 질 좋은 식품이 여러 나라로부터 다양하게 수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으로부터 수입식품의 물량이 물밀듯 쏟아져 들어오고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중국, 태국, 베트남 등의 아시아 저개발국가에서 들어옴에 따라 우리 소비자들은 값싼 식품을 구입할 수 있게는 되었으나 수입식품에 대한 불안과 식품의 안전사고라는 큰 걱정거리를 떠안게 됐다.
이렇게 대량으로 식품이 수입되고 수입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의 수입식품에 대한 행정은 다른 행정에 비해 다소 소홀하고 안이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원료식품 해외의존 심각
원료식품의 해외의존도가 80%를 넘고 국민의 먹거리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어 수입된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나라의 수입식품행정이 안고 있는 과제를 면밀히 분석 검토하여 해결책을 강구해야 될 줄 믿는다.
현재 당면하고 있는 수입식품행정의 문제로는 먼저 수입국가에 대한 현지검사, 검역 및 정보수집 등을 관리하는 기능과 체계가 너무 미약하고, 수입식품업자가 국내 유통업계의 저가 식품의 선호성향을 눈치보고 값싼 식품을 들여옴에 따라 안전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
식품을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업자의 경우에도 식품안전에 관한 인식과 전문지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수입식품을 보관하는 보세구역에서도 선진국과는 달리 식품 전용 창고가 아닌 보세창고에 일반 공산품과 혼합하여 보관 관리하고 있으며 세관을 통관한 후 국내시장에서의 수입식품, 특히 원료 식품의 사후관리에도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수입식품의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2003년 수입식품의 물량이 가장 많은 중국과 협약을 맺기 위해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를 맡고 있는 중국의 질검총국과 우리나라 식약청 간에 식품안전협력약정(MOU)을 체결한 바 있다.
그동안 양국의 실무자들이 협약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행하지 않아 MOU가 유명무실하였으나 지난달 26일 김명현 식약청장이 중국을 방문하여 기존의 약정 내용 중 협력분야를 구체화하여 실효성 있게 MOU를 개정한 것은 수입식품의 안전을 위해 다행스럽고 진일보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중국과 협력하기로 한 주요 약정내용을 보면 수입국에서 식품안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수입금지, 검사강화 내용을 수출국에 통보하도록 하고 수출국은 해당 업소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개선조치를 의무화함과 동시에 문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국의 현지실사와 식품안전설명회 개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수출국 현지 공장에서부터 안전한 제품을 수입하기 위한 사전 확인등록제와 공인검사기관을 적극 활용한다는 내용들이다.
이번 중국과의 협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정부가 수출국이 조치해야 할 다음 몇 가지 사항을 제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정부 실효성있는 조치 필요
첫째, 식품안전을 확보하는 데에는 식품사고 발생 후 양국이 사후약방문식의 조치보다는 사고 발생을 예방하는 사전관리 위주의 약정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양국 정부가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수반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적 물적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수출국의 생산지에 식품전문가 또는 담당공무원을 주재시켜 농산물 재배, 식품의 제조 등에 대해 선진 식품안전 기술의 전파 등으로 사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민간 식품업소에서 우수농산물생산관리기준(GAP)을 교육받은 전문가를 중국의 현지 농장에 파견시켜 이들의 관리 지도하에 육성 재배한 농산물을 일본으로 수입하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둘째, 수입식품업자에 대해 식품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고 저가 불량식품이 수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입식품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수입업자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 수입업자가 식품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항상 가지고 저가의 저질 식품을 골라 수입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며 식품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그 심각성과 엄격한 처벌의 법규에 대해서도 소개하여야 한다. 또한 모범기업의 우수사례 발표를 통해 실질적인 교육이 되게 하고 저가식품에 대한 현지 정보를 토대로 통관 시 무작위검사 등을 강화하여 저가식품이 수입되지 않는 통관환경을 조성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농산물의 재배단계나 운반할 때 사용하는 농약사용의 규제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협의해야 한다. 식품의 잔류농약문제는 식품안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위해요인이라고 소비자들은 알고 있다. 기상조건이 다르고 농산물에 기생하는 해충이나 질병이 다르기 때문에 재배할 때 우리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는 농약을 사용할 수가 있고 우리나라로 운반해 오는 과정에 해충이나 곰팡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살포하는 농약사용에 대해서도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잔류농약의 규제는 농약사용의 정보를 토대로 현장의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유전자재조합 작물이나 이를 원료로 한 가공식품에도 사용 표시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한다. 유전자재조합 작물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재배되어 상용화되고 있으므로 중국에서 수입되는 곡물 등의 농산물에 대해서도 유전자재조합 식품의 경우에는 국내 법령에 의해 표기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특히 해충에 저항력이 있는 옥수수, 콩이나 제초제 저항성이 있는 야채, 면화 등이 유전자재조합 작물로 재배되고 있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섯째, 국내에서 HACCP, GAP 제도가 의무화된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에 대해서는 관련제도로 생산된 식품에 한해 수입하고 통관 시 이를 입증하는 인증서를 징구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연차적으로 HACCP 제도 시행이 의무화된 식품은 미생물이나 이물의 오염이 가장 우려되는 제품임을 감안할 때 수출국에 대해서도 사전에 우리나라의 관련제도 의무화 시행 일정을 통보하여 식품안전을 수출국 업소 스스로가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당해 수출품목에 대해서는 HACCP, GAP 제도로 생산된 농산물과 가공식품임을 기록한 내용이 첨부되도록 하여 문제발생 시에는 해당식품이 바로 회수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약의 개정은 우리 정부가 생산 현지의 식품안전성을 확보하고 사고발생시 양국정부 간에 공동대처하는 요령을 구체화했다는 데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식품안전을 에워싼 환경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음을 정부는 인식하고 여러 나라와 FTA 체결을 하기에 앞서 우리나라 식약청이 당사국 식품행정기관과 식품안전을 논의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아가 이번 중국과의 협약을 시작으로 수입물량이 많은 동남아 등 다른 나라와도 협약을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며 협약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새 정부가 들어서도 이행될 수 있는 예산, 조직 등의 지속적인 가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