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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교수의 건강 코디 - 비타민·미네랄 풍부한 ‘홍합’

올들어 추위를 이겨낼수있는 요리들이 인기를 끌고있다. 또한 잦은 술자리와 외식이 많아지는 때인데 이런 술자리 후에는 따끈한 국물이 그립기 마련이다. 거리마다 포장마차에서는 김이 모락 모락나는 홍합이 빨간 속살을 드러내고 유혹을 하는데 이때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홍합(紅蛤)은 참담치 암컷의 붉은 살을 특징적으로 잡아내 붙인 이름이다. 탈각하였을 때의 육의 색깔로 암수를 구별할 수 있으며 붉은색이 숫놈, 연한색이 암놈이며, 암놈이 숫놈보다 맛이 좋다고 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따르면 담치는 담채(淡菜)에서 파생됐다고 볼 수 있다. 이른 봄이 제철인 홍합의 속살을 말리면 해산물이면서도 짜지 않고 채소처럼 담백한데서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중국의 미식가들은 홍합을 동해부인이라 비유하기도 한다. 이는 홍합의 주산지가 동해인 데다, 그 모양새가 여성의 생식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붉은 산호 빛깔의 오동통한 살이 매력적인 홍합은 바다에 살면서도 짜지 않고 담백한 맛을 내는데 특히 홍합을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진다는 믿음에서 유래된 말이기도 한데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서 여성들의 빈혈이나 노화예방에 효과적이다.

홍합이 여성을 상징하는 해산물이긴 하지만 암수가 구별된다. 조갯살을 놓고 볼 때 암컷은 붉은 색을 띠고 수컷은 흰색을 띤다. 일반적으로 암컷이 맛이 좋아 식용으로 우대받는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외래종이 우리나라 연안으로 들어오면서 토종과 구별할 필요가 생겼다.

토종은 진짜 담치라 해서 참담치로, 외래종을 진주 담치로 부르는데 기름의 으뜸을 참기름이라고 칭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된다. 외래종인 진주 담치는 지중해가 고향이고, 진주 담치의 유생이 외국을 왕래하는 화물선의 밸러스트수(배의 균형을 잡기 위해 배 안에 설치된 탱크에 채우는 바닷물)에 섞여 국내로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이다.

진주 담치는 적응력과 번식력이 강해 국내 상륙하기 무섭게 홍합의 서식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으면서 전 연안으로 퍼져나가 마침내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다.

홍합과 진주 담치는 모양새나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혼돈하기 쉬우나 그 특징을 바로 알고 있으며 구분하기가 어렵지 않다. 홍합은 조가비가 두껍고 안쪽에서 진주광택이 나는 데 비해 진주 담치는 껍질이 얇고 진주광택이 나지 않는다.

또 조가비의 꼭지가 홍합은 약간 구부러져 있는 데, 진주 담치는 홍합에 비해 크기가 작고 맛도 뒤지며 대량 생산으로 값이 싸서 조개탕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우리가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홍합이 바로 진주 담치라고 보면 된다.

이렇듯 진주 담치가 우리 연안을 거의 점령하다시피 했지만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울릉도에서는 아직도 홍합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들은 홍합을 이용해 홍합 밥이라는 별미 음식을 만들어냈다. 홍합 밥은 홍합을 잘게 썰어 넣어 밥을 지은 뒤 양념장에 비벼 먹는 것으로, 후각을 부드럽게 감싸는 갯 내음과 쫄깃한 육질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또 남해안 통영지방에서는 예로부터 마른 홍합을 만들어서 독특한 다른 맛을 내기도 한다.

홍합은 겨울부터 봄에 먹는 것이 안전하고 영양이 풍부한데 5~9월에 채취한 홍합엔 마비증상· 언어장애·입마름 등을 일으키는 독소, 삭시톡신(saxitozxim)이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합의 국물은 아주 독특한 맛을 내는데 이것은 단백질이 아닌 홍합의 글리신, 세린, 알라닌, 글루탐산, 이르기닌 등의 유리아미노산과 베타민, TMAO, AMP, 숙시닐산, 젖산, 말산 등 유기산이 어우러져 시원한 국물맛을 낸다. 이 국물은 피를 돌게 해줘서 생리활성 작용을 도와주고, 특히 소화력이 약한 아이들이나 노인에게 좋다.

홍합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 기능을 좋게 하는 타우린이 많이 들어있는데 함량이 975㎎%로 굴 다음으로 많다.

생것이 1백g당 9백74㎎, 말린 것은 무려 2천1백㎎이나 들어 있다. 그리고 말린 홍합 1백g엔 우수한 단백질이 56g이나 들어 있으며 지방 함량도 10g 가량 되나 이중 80%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좋은’지방인 불포화지방이다.

1백g당 열량은 생것은 66㎉.말린 것은 3백73㎉. 한방에선 홍합을 보약으로 즐겨 썼을 정도다.

또한 홍합은 소금이 없는 것 뿐 만 아니라 홍합 속에 함유된 칼륨이 체내 축적된 소금 성분의 나트륨을 제거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홍합만의 특유한 콜레스테롤이 전체 영양분의 30%이상을 차지하는데도, 홍합이 오히려 중풍환자의 영양식으로 좋다.

이런 홍합은 현대에 들어와서 더 빛을 말하고 있는 식품으로 여성 스트레스의 보약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여성 질환에도 탁월한 효능이 있어 고대 의학서적인 ‘방약합편’에서는 홍합을 “오래된 이질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충하며 음식을 잘 소화시키고 부인들에게 유익하다”고 전한다.

영양학적 가치를 따져보면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빈혈 예방에 좋고 몸속에 유해산소를 제거해 노화 방지,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에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 있게 가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