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19일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7개사의 재무제표와 육계(원재료) 납품가격, 배달앱 가격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원가 부담은 줄었는데도 소비자 판매가격은 인상되거나 이중가격(자율가격제)로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올해 외식 물가 논란의 중심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이 있다”며 “배달앱 수수료와 임대료 등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리거나, 매장·배달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중가격, 슈링크플레이션 등을 통해 실질적인 소비자가격이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재무현황, 육계 시세, 치킨 가격과 소비자 정보 제공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첫 번째 분석 결과다.
매출원가율은 내리고 영업이익은 늘었는데…“가격 인상 명분 약하다”
협의회가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점 수 상위 7개 프랜차이즈(BHC, BBQ, 교촌치킨, 굽네치킨, 처갓집양념치킨, 네네치킨, 페리카나)의 2023~2024년 재무제표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7개 브랜드 모두 2024년 매출원가율이 2023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BBQ와 굽네치킨의 영업이익은 각각 41.4%, 59.8% 증가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BHC와 페리카나도 영업이익이 각각 11.2%, 6.3% 늘었다. 교촌치킨·네네치킨 등 일부 브랜드는 영업이익이 감소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매출원가율이 떨어지고 수익성이 개선된 브랜드가 적지 않다는 게 협의회의 분석이다.
매출원가율 하락의 배경에는 원재료인 육계 납품가격의 하락이 자리 잡고 있다. 협의회가 KAPE 축산유통정보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납품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4년 육계(9호 이하·10호) 평균 납품가는 2023년보다 약 7.7%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9호 이하 닭이 평균 8.6%, 10호 닭이 평균 6.7%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협의회는 “2022년 가격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육계 납품단가와 매출원가율이 동시에 내려간 상황에서 추가 가격 인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본사가 원가 절감 효과를 가맹점·소비자와 충분히 나누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가맹점 부담 탓하더니”…이중가격(자율가격제)로 소비자에 비용 전가
이처럼 매출원가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점의 배달앱 수수료·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가격 인상과 이중가격(자율가격제) 도입을 공식화했다.
협의회가 2025년 10월 기준 주요 프랜차이즈 홈페이지 권장소비자가격과 배달앱(배달의민족) 내 판매가격을 비교 조사한 결과, 배달 주문 시 1마리당 약 2,000원을 더 지불하는 구조가 광범위하게 나타났다(지난 8월 1차 조사 결과와 동일 경향).
실제 가격 차이를 살펴보면 브랜드별·제품별 격차가 적지 않았다.
BHC의 경우 후라이드는 홈페이지 2만 원, 배달앱 2만2천 원, 뿌링클 콤보는 2만3천 원 → 2만5천 원, 뿌링클 순살 역시 2만3천 원 → 2만5천 원으로 배달 주문 시 2천 원가량 더 비쌌다.
처갓집양념치킨도 후라이드치킨이 1만9천 원 → 2만2천 원, 슈프림 양념치킨이 2만2천 원 → 2만4천 원으로 나타났다.
굽네치킨은 오리지널이 1만7,900원 → 1만8,900원, 고추바사삭은 1만9,900원 → 2만900원으로 배달 가격이 일괄적으로 1천 원 더 높았다.
네네치킨에서도 후라이드는 2만 원 → 2만3천 원, 오리엔탈파닭(뼈)은 2만3천 원 → 2만8천 원, 순살 제품은 2만5천 원 → 3만1천 원으로 배달 주문 시 가격 차이가 최대 6천 원까지 벌어졌다.
반면 일부 브랜드·메뉴는 홈페이지와 배달앱 가격이 동일하거나, 홈페이지에 아예 권장소비자가격을 게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협의회는 “이중가격(자율가격제)이 가맹점 비용 부담을 이유로 도입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가 더 많이 부담하고 본사 수익은 유지·확대되는 구조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배달앱에서는 ‘언제, 얼마나 올랐는지’조차 알 수 없어
가격 구조의 불투명성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협의회는 10월 23일과 11월 18일 두 차례에 걸쳐 교촌치킨의 배달앱 내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상당폭 인상이 이뤄졌지만 배달앱에서는 인상 시기·폭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교촌치킨의 후라이드(한 마리) 배달 가격은 2만1천 원에서 2만3천 원으로 약 9.5% 인상됐으며, 허니콤보는 2만3천 원에서 2만5천 원으로 약 8.7%가량 올랐다. 허니순살 역시 8%대 인상이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가격은 오르고 있지만 배달앱 화면에는 “언제, 얼마가 올랐는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 본사 역시 “가맹점 자율가격제 운영”이라는 설명만 내놓고, 구체적인 기준과 구조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협의회는 “배달앱은 비대면 거래라는 특성상 소비자가 의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정보 채널인데, 정작 가격 인상 이력과 가격 차이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소비자정보 비대칭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권장소비자가격조차 안 올리는 홈페이지…“가격 정보 제공, 사업자의 최소 의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홈페이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문제를 드러냈다. 협의회는 “일부 브랜드는 소비자가 최소한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권장소비자가격조차 홈페이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소비자가 매장·포장·배달 가격을 비교·선택할 수 있는 기본 정보가 부재하고, 이중가격(자율가격제) 운영으로 인한 가격 차이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사라진 상태라는 의미다.
협의회는 “해외에서는 매장 내에 매장가격·포장가격(TAKE OUT 가격)을 명확히 게시해 소비자가 한눈에 가격을 파악하고 비교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 치킨 시장이 이처럼 기본적인 가격 정보 제공조차 미흡한 상태에 머문다면 소비자 신뢰는 급격히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장 확대의 전제는 소비자 신뢰…정확하고 구체적인 가격 정보 의무화해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치킨 시장은 K-푸드 확산과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도 확대되는 유망 분야”라면서도 “하지만 매출원가율 하락과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가맹점 비용을 충분히 분담하지 않은 채 이중가격과 정보 부족을 통해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면 이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중가격(자율가격제)을 운영한다면 가격 구조와 적용 기준, 매장·포장·배달 간 가격 차이 수준, 배달앱 수수료 등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가격 정보 제공은 사업자의 최소한의 의무”라며 “시장 확대의 가장 근본적인 전제는 소비자 신뢰이며, 이 신뢰는 투명한 정보 제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와 배달앱 플랫폼이 깊이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