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호텔만큼 자본주의의 일목요연함을 보여주는 장소가 있을까요. 자본의 노예, 그 자체인 저는 호텔과 샴페인을 정말로,진심으로,몸살나도록 좋아한답니다.
바쁜 스케줄 탓에 1년에 한 번 오는 별장을 찾았다는 정신승리가 다한 요상한 세계관을 안고 더글라스 하우스의 트윈룸을 찾았습니다.
기껏해야 1년에 한 두번 찾는 주제에 익숙한 분위기를 느끼면서 쿠키와 커피를 먹을 수 있는 최대치 만큼 채워줍니다. 1년 전에 비해 커피머신과 미니바의 내용물이 바뀌었네요.
저녁시간까지 시간이 남아 호텔 본관의 에노테카 와인샵에서 스파클링 한 병을 구매했어요. 에노테카 와인샵에서 구매한 와인은 두 병까지 워커힐 내의 레스토랑에서 콜키지 프리로 즐길 수 있어요.
그리고 찾은 피자힐. 피자힐 역시 더글라스 하우스처럼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대표작으로 유명한 곳인데요, 한국에서 처음으로 피자를 만들었다고 하죠.
이날 시킨 메뉴는 피자힐에서 판매하는 모든 피자 메뉴를 포함하고 있는 세이스피자 와 킹크랩 스파게티 그리고 해산물 샐러드입니다.
세이스피자는 1미터가 넘는 그릴판에 담겨져서 서빙되어요. 가로 테이블을 가득채우는 크기에요. 콤비네이션과 한우불고기, 해산물과 페퍼로니, 갈릭새우, 마르게리타가 나옵니다.
한우불고기는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냉동 소고기큐브를 넣은 피자와는 다르게 정말 불고기 양념을 한 소고기와 단호박과 버섯이 어우러져 한식의 맛이 강하게 났어요.
갈릭새우 역시 냉동 칵테일새우와 다르게 새우살 자체의 단맛과 탱글함, 마요소스가 조화로웠습니다. 바질을 넣어 반죽한 도우도 쫄깃했고요. 다른 피자들 모두 재료의 신선함과 자연 치즈 밸런스가 잘 맞아서 물리지 않는 훌륭한 맛이었어요. 1390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을만큼요.
하지만 샐러드는 가격대비 별로입니다. 연어와 해산물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해산물을 선택했는데 오징어와 새우가 대부분이었고 해산물 양도 적었어요. 바질 페스토 드레싱도 별로. 다른 샐러드랑 차이를 주기 위해서 아티초크를 억지로 넣은 느낌. 퀄리티가 낮아서 47000원은 아까워요.
통 랍스타 테일이 올려진 랍스타 파스타는 비스큐 소스의 풍미가 느껴졌어요. 파스타 소스에 바게트나 마늘빵을 함께 했다면 와인안주로도 더 없이 좋을 맛입니다. 가격은 51000원이지만 투숙객은 20%가 할인이 된답니다.
먹고 남은 피자를 포장하고 라운지의 뷔페바에서 타코와 치즈를 담아 와인 한 병과 함께 합니다.
저녁 7-9시 해피아워 뷔페바를 이용하면 와인과 맥주가 무제한 제공되지만 테이크 아웃을 할 경우 와인 한 병과 스낵을 담아갈 수 있는 종이 박스가 제공되는데 뷔페바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방에서 먹는 편이 나아요.
일레븐스 아워 셀러즈 피노누아 한 병. 논빈티지는 다른 시기에 수확된 포도로 만든 와인과 블렌딩 한 와인입니다. 피노누아 특유의 여리여리한 팔렛트가 돋보이고 라즈베리와 딸기잼 향이 나는 와인이었어요. 리테일가는 저렴하겠지만 편하게 마시기 좋아요.
피자힐에서 스파클링와인을 마시고 객실로 돌아와 또 마시고 행복감에 취해 푹신한 침대에서 숙면을 취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조식을 먹기 위해서 더 뷔페로 이동합니다.
더글라스 투숙객은 추가요금 37000원을 지불하면 조식이 82000원인 더 뷔페를 이용할 수 있어요. 추가요금 없는 더글라스의 조식을 이용하고 싶지만 저보다 허영이 심한 일행의 추천으로 더 뷔페를 선택합니다.
다양한 한식과 샐러드와 과일, 죽과 면류까지 저녁까지 배가 고프지 않을 양을 먹을 기세로 연거푸 접시를 비워줍니다. 더글라스 하우스도 좋은데 그랜드 클럽 라운지는 더 쾌적하겠죠.
그리고 빌라 장기 투숙은 더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곳에서 매일 룸서비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샴페인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면 저 같은 자본의 노예는 정서적 공허함 따위는 절대 느끼지 않을텐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