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농협중앙회(회장 강호동) 본사를 서울에 두도록 한 현행 '농업협동조합법' 조항을 삭제하고, 정관에 따라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소재지를 정하도록 하는 법 개정 논의가 다시 본격화됐다.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추진 기조와 맞물려 농협 본사의 ‘지방 이전론’이 국회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재점화된 분위기다.
22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은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농협중앙회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정관으로 정하되 주사무소나 지사무소를 둘 때 국가균형발전과 농가 인구, 경지면적, 농업생산량 등을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같은 취지의 법안은 문금주·조경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바 있으며, 두 법안은 지난 4월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상정돼 검토 중이다.
세 법안 모두 “농협중앙회의 본사를 서울에 한정한 현행 규정이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상충된다”며 정관 자율화를 골자로 한다.
국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1957년 법 제정 이래 서울 중구 본점을 유지해 왔으며, 현재 약 93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본점 외에도 전국에 203개의 지역본부와 지사무소, 일본·베트남·프랑스 등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균형발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전 비용과 회원조합 접근성, 조직 효율성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농협중앙회는 “지주회사 및 계열사 간 시너지 저하, 지역 간 유치 경쟁 등 부작용이 예상된다”며 현행 유지를 선호하고 있다.
지방 이전에 따른 편익과 부담에 대한 현실적 계산도 제시됐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과거 공공기관 이전 시 인당 이전비용은 2억5천만~5억 원 수준으로, 농협의 경우 총비용이 수천억 원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지방세 수입 증가(연 36억 원 내외),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이미 지자체들은 발 빠르게 유치전에 돌입했다. 전북도는 농생명·금융 산업 시너지를 내세워 농협중앙회와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포함한 25개 기관을 우선 유치 대상으로 선정했다. 경상북도 역시 새마을중앙연수원, 한국마사회와 함께 농협중앙회를 ‘3대 전략 유치기관’으로 지정하고 맞춤형 전략 수립에 나섰다.
농협 관계자는 “본사의 위치보다 중요한 것은 농가 실익 증대와 농업 경쟁력 강화 전략”이라며 “주 소비지인 수도권에서의 판매 기능을 약화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농협 본사 이전 논의는 21대 국회에서도 네 차례나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와 맞물려 다시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향후 국가균형발전과 농협의 경영 효율성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