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스페인 요리 중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널리 알려진 감바스 알 아히요. 널리 알려진 만큼 많은 분들이 그 맛을 경험했고, 질 좋은 올리브오일의 향긋함과 마늘의 구수함에 매려돼 간편식으로도 많이 찾고 있는데요.
당신이 먹었던 감바스 알 아히요, 정말 '진짜'였을까요?
혹시 ‘감바스맛’ 새우마늘볶음은 아니였을까?
한 번 이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흔히 감바스로 통용되는 감바스 알 아히요(Gambas al Ajillo), 그 이름 속에 요리의 힌트가 있습니다.
감바스 알 아히요는 스페인 요리로, ‘감바스(gambas)’는 새우, ‘알 아히요(al ajillo)’는 마늘을 뜻합니다. 즉, 새우와 마늘이 주재료인 간단하다면 간단할 수 있는 요리죠.
그런데 진짜 이 요리의 맛을 좌우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감바스의 맛을 결정하는 7할은 오일이죠. 감바스는 사실상 올리브오일이 주재료입니다.
감바스에서 오일은 단순한 튀김용 기름이 아닙니다. 요리 전체를 하나로 엮는 자작한 국물이자 소스죠.
좋은 올리브오일은 과일향, 풀 내음, 쌉싸름함 등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풍미를 지니고 있어 새우와 마늘, 고추의 향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줍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오일에 바게트를 찍어 먹고, 파스타면을 넣어 알리오올리오로 확장하기도 하며, 한 스푼 떠서 소스처럼 즐기기도 하죠.
즉좋은 감바스는 좋은 올리브오일에서 시작됩니다.
이름값 하는 스타 셰프의 감바스 ‘하지만’
어떤 오일을 쓰느냐에 따라 감바스의 품격, 정체성, 그리고 여운까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간편식으로 즐겨먹는 감바스 제품들은 어떨까요?
키가 큰 유명 셰프의 이름을 내세운 감바스 제품. 표시사항을 보면 해바라기씨유가 새우 다음으로 많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해바라기씨유로 오일량을 채우고, 올리브유는 향을 내기 위한 보조제로 사용된 듯 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해바라기씨유로 가격은 낮출 수 있었겠지만, 감바스의 본질은 흐려집니다.
‘올리브유 100%’라는 말에 속지 마세요
또 다른 유명 셰프의 이름을 내건 감바스 간편식.
상세페이지에는 100% 올리브유만을 사용했다고 강조합니다. 이 말 자체는 틀리지 않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우리가 상상한 것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의 오일소스는 정제올리브유 90%와 압착올리브유 10%가 사용됐습니다. 숫자만 보면 분명 100%는 올리브오일이지만 맛과 향, 품격까지 담고 있을까?
대형 제조사에서 만드는 또 다른 감바스 간편식은 어떨까? 혼합식용유는 엑스트라버진올리브유와 올리브박정제유로 만들었습니다. 올리브박정제유는 뭘까?
올리브오일은 여러 기준에 의해 등급을 나눌 수 있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몇 번째 짜낸 오일인가’가 큰 기준점이 됩니다.
엑스트라버진은 처음 짜내 향과 맛이 가장 살아있는 상태의 오일이며, 박정제유는 남은 찌꺼기를 정제해 쥐어짠 오일이죠. 포마스는 여기에 버진올리브오일로 향을 입힌 수준입니다.
우리가 먹었던 감바스는 어쩌면 ‘감바스맛’ 새우마늘볶음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솔직히 요즘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너무 비싸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