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안전성 제고 차원 채찍은 불가피" 고수
업계 "기술지원 세제혜택 등 육성책 우선" 주장
식품정책을 둘러싼 업계와 정부의 시각차가 너무 커서 이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식약청을 비롯한 행정당국은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제고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식품산업을 진흥하는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 반면 업계는 규제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각종 정책이 업계로부터의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추진이 안 되는 등 정부와 업계간의 대립각으로 인해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숙 식약청장은 본지 창간3주년기념 특별인터뷰에서 “식품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식품의 안전성 제고를 통한 소비자 신뢰 확보가 가장 필요하다”면서 “규제를 통한 안전성 제고가 식품진흥의 지름길”이라고 밝혔다.
김 청장은 “재정적 지원을 통한 진흥은 일시적이나 안전성 제고를 위한 규제 및 기술지원을 통한 진흥은 영구적”이라며 “양질의 규제를 통해 소비자안전과 산업진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청장은 지난 1월 27일 식품공업협회 초청 조찬 간담회에서도 식품관련 규제는 규제개혁 차원에서 너무 많이 완화된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그러나 식품업계는 식약청장의 이같은 입장과는 너무나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식품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에서 규제만 계속 강화하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식품업계의 이같은 생각은 본지가 창간3주년을 기념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40여개 주요업체 231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과제로 자금과 기술개발 지원, 세제혜택 등 산업육성책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59%(135명)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또 각종 규제의 획기적인 완화가 시급하다는 의견과 식품산업 전담부처 신설 또는 지정이 우선적이다는 의견이 각각 20%(45명)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규제의 획기적인 완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보다는 자금과 기술, 세제혜택 등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실질적인 지원책만 있다면 어느 정도의 규제는 감수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돼 업계가 산업육성책에 갈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식품업계에 올 한 해 가장 주목되는 이슈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6%(129명)가 식품위생법 개정에 따른 ‘식파라치’ 문제 등에 대한 대응이라고 밝혀 최근 강화된 식품관련 규제가 식품업계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규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일부 대기업들이야 이를 극복할 수 있겠지만 종업원 10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육성정책은 내놓지 않고 규제만 강화하는 것은 식품사업을 아예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규제강화가 식품산업 진흥의 지름길이라는 김정숙 청장의 시각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식품관련 전문가들은 “식품정책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평행선을 달리는 시각차가 해소되지 않는 한 식품산업의 발전은 물론 식품안전관리의 수준을 제고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식품진흥기금을 활용한 자금지원 등 실질적인 육성책도 절실한 단계”라고 말해 ‘채찍’과 ‘당근’을 함께 사용할 것을 정부 당국에 주문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