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최대 M&A 매물로 꼽히는 진로 인수전이 본격화 됐다. 진로가 새 주인을 찾게 되면 국내 주류시장, 특히 유통구조면에서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맥주업을 영위하고 있는 하이트, 신규로 진입하는 CJ, 사업다각화를 염두해 둔 동원, 태광 등 12곳이 예비실사자격을 얻었다. 진로는 연간 매출 7,300억원이 넘는데다가 영업이익 2,200억원 규모로 이익률이 상장기업 평균의 3배가 넘는 30%나 되는 ‘알짜’기업이기에 식품업체들이 너나할 것 없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상황. 진로가 어느 기업의 손에 들어가느냐에 따라 주류업계는 물론 식품업계 전반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는 빅뱅이기에 인수전도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은 16일 법원에서 허가를 얻어 12곳을 예비실사자격자로 선정, 17일부터 이들 업체가 자료열람 및 예비실사에 착수했다. |
롯데의 경우 일본아사히맥주, CJ는 일본기린맥주와 제휴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두산은 삼화왕관, 오리콤 등 계열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한전선은 오비맥주의 최대주주인 인베브와, 하이트맥주는 교원공제회, 동원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소프트뱅크 등 국내외 업체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무학은 금복주, 금비, 동양제철화학, 뉴브리지캐피탈 등 5개사와 함께 오리엔탈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한편, 예비실사자격을 얻은 12곳은 다음달 29일까지 예비실사 기간을 거쳐 3월30일 입찰에 참여하며, 메릴린치 증권과 진로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제출된 입찰서를 평가, 우선협상대상자를 1개 또는 복수로 선정할 예정이다.
이후 양해각서(MOU) 체결 및 정밀실사에 들어가게 되고, 투자계약(본계약)이 체결되는데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정병기 기자/hope@fenews.co.kr
‘황금 두꺼비’ 어디로 가나 인수비용 최대 3조원 식품업계에 지각변동 '후폭풍' ▒ 왜 진로에 사활을 거는가 국민소주로 자리잡은 ‘두꺼비’ 인수에 대형 식품, 주류업체들과 해외펀드 등이 ‘과열경쟁’ 양상을 보이면서 총출동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진로의 소주시장 점유율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익성때문이다. 진로는 국내 소주시장의 55%를 점유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 7,347억원에 영업이익 2,219억원을 기록했다. 진로의 영업이익률은 국내 상장 제조업체 평균인 8.8%의 3배를 넘는 30%에 이른다. 이와 함께 농심의 신라면에 버금가는 ‘참이슬’을 내세울 경우 다른 유통업체와의 힘겨루기에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업체들이 하고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진로는 주류 도매업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업체로서 인수업체는 향후 주류사업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또 진로는 전국 1,100여개의 도매점을 확보, 막강한 유통망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통망 도매상과 거래시 100% 현금으로만 대금을 결제받고 있어 엄청난 현금창출능력이 있는 것도 인수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이다. ▒ 진로 인수가격 얼마나 되나 당초 진로의 재무상태 및 실적을 기준으로 하였을 경우 대략적인 지분인수 비용은 약 6,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 정도로 파악됐다. 그러나 지금은 과열조짐으로 1조5,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정도로 예상되고 있으며,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비용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인수참여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두산은 120억원, 롯데칠성 800억원, 하이트맥주 2,490억원, CJ 410억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인수희망 업체들이 컨소시엄의 형태로 진로인수에 참여했다. ▒ 롯데·두산·CJ, 치열한 3파전 예고 업계관계자들은 롯데, 두산, CJ간의 3파전으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오너가 직접 인수의향을 밝히고 있는 두산은 2000년 한진중공업을 인수한데 이어 03년 고려산업개발, 04년 대우종합기계 등 뛰어난 M&A 전략을 최근 잇따라 보여주고 있어 이번 진로인수전도 두산의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전망한다. 그러나 두산의 순차입금이 04년 3분기 현재 1조7,000억원에 달아 막대한 인수비용을 조달할 만큼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은 취약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와 CJ는 일본내 시장점유율 38%, 36%로 1, 2위를 달리고 있는 아사히맥주, 기린맥주와 각각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아사히와 기린이 일본내 맥주판매량이 감소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일본내에서 브랜드 가치가 높은 ‘진로’에서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진로유통망 활용이 인수참여의 결정적 이유”라며 “99년 스카치블루를 출시하면서 독자적으로 위스키시장에 뛰어든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CJ관계자는 “CJ가 보유하고 있는 소재식품과, 가공식품, 외식, 식자재 유통 등 식품인프라와 진로를 접목하는 것이 인수배경”이라며 “진로 인수 이후 소주 일변도에서 탈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진로를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굿모닝신한증권 관계자는 CJ나 롯데측이 인수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이들업체가 맥주를 포함한 여타 주류사업으로 대대적인 사업확장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 태광·동원·대한전선 급부상 진로인수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태광은 지난해부터 TF팀을 구성해 진로 및 주류시장 전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태광측은 과거 흥국생명, 한빛I&B(CATV) 등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성공적인 인수합병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지난 50여년간 종합섬유제조회사로 성장해온 태광은 제조업의 노하우가 충분히 있다”며 “태광의 수출비중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다른 인수 희망업체들이 갖지 못한 해외진출 파급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진로인수전에 뛰어들었다”며 “안정적 재무구조와 내부 유보 등을 고려하면 인수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CJ, 롯데칠성 등이 일본맥주회사와 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진로 매각이 과열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만 배불린다는 국내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은 태광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원관계자도 “기존 물류망과 해외 수출망을 활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며 “향후 거대 식품 및 주류업체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고 참여배경을 설명했다. 대한전선은 4,700억원 규모의 진로 채권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선은 진로를 독립적인 계열사로 운영할 것이 예상되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하이트·무학, 방어적 성격 짙어 하이트 관계자는 “동종업종이라는 강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오너가 직접 나서고 있는 하이트는 진로를 인수할 경우 맥주와 소주 양 부문에서 국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산이 진로를 인수하는 것을 하이트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며, 하이트의 인수 참여는 두산 등의 맥주산업 재진출을 막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짙다고 설명했다. 두산이 인수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60%이상으로 확대돼 최대의 소주업체로 급부상하고 이는 두산과 우호적 관계에 있는 OB맥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결국 하이트맥주의 시장이 상당부분 잠식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학 관계자는 “어떤 업체든 진로를 인수하게 되면 무학은 집중타깃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사전차단키 위해 공격적, 적극적인 입장에서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종업종에 참여하는 입장이라 정보와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정병기 기자/hope@fe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