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바로 진열할 수 있도록 생산된 농산물을 상품화해야
쌀 시장 개방 등 최근의 급변하는 국내 농산물 시장에서 우리 농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공급사슬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의 도입을 통한 농산물의 유통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농산물 공급사슬관리(SCM)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와 한국유통물류진흥원은 최근 공동 연구한 ‘농산물분야 SCM 도입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변화하는 소비패턴에 대응하고 농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농가가 농산물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인 SCM을 도입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농산물 공급사슬관리(SCM)란 생산농가와 유통업자간 정보 흐름의 공유를 통해 공급 경로내 재고를 낮추고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의미한다.
현재 농산물의 주된 유통경로를 보면 생산자는 도매시장에 출하하기 위한 포장을 하고 소매상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도매포장을 해체해 작은 단위로 재포장을 하게 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유통경로가 농산물의 시장 대응력과 농산물의 식품 안전성을 저해하고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생산된 농산물이 유통업체의 매장에 바로 진열될 수 있도록 농산물을 상품화 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가 도매시장을 경유한 농산물 1,000원어치를 구입하면 농가소득은 평균 482원(2003년)이 발생되지만 소비자가 대형 유통업체에 직접 출하된 농산물을 구입하면 농가는 평균 632원을 농가소득으로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농가와 유통업자, 소비자간의 유기적 시스템인 SCM을 도입한다면 농가소득의 증대폭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노력은 일본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일본 가고시마현에서는 지역 경제단체가 중심이 돼 농산물 유통전문회사인 구미아이 식품을 직접 설립한 바 있다.
이 유통회사는 생산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유기농산물을 포장, 납품함으로써 농산물 수급변동의 완충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결과 구미아이 식품은 연간 약 543억원(2002년)의 매출을 올렸으며 농가소득도 함께 증대되었다.
또한 농가의 생산물이 변형되지 않고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됨에 따라 소비자는 누가, 언제, 어디서 농산물을 생산했는지에 대한 생산이력을 정확히 확인할 수 있는 농산물을 식탁에 올릴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생산이력관리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되는 셈이다.
여기에 웰빙 바람을 타고 친환경농산물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어 향후 생산농가의 새로운 수요창출과 소득증대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SCM도입 노력으로 인한 유통구조 개선효과로 일본의 경우 1975년 전체 청과물의 87.5%가 도매시장을 경유하던 것이 2001년에는 그 비율이 69.3%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할인점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도매시장 경유율이 1998년 90.2%에서 2002년 78.1%로 계속 감소하고 있으나 이는 일본의 90년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및 SCM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상공회의소는 선진국에 비해 영세농가가 많은 우리 실정을 비추어 볼 때 농산물 SCM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산지유통을 생산자 조직으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농산물 전문 유통인력을 확충해야 하며
▲수송과 보관을 대행할 제3자 물류의 도입 등을 위한 정책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농산물도 재배하는 것보다 파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도래한지 이미 오래 됐다”면서 “농산물 분야 SCM을 도입한다면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과 농가 소득 제고를 함께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