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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맛2]개포동에서 만난 벨 에포크-최영은 C막걸리 대표

섬세함과 단순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유...열쇠는 주니퍼베리,꾸지뽕잎,케일 등 다양한 부재료와 어우러진 제품의 질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저의 공간인 양조장과 술과 사람을 좋아하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이 언제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기분좋게 취할 수 있는 살롱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반짝이는 눈으로 C막걸리의 미래를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영화 '미드 나잇 인 파리'에서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부부, 피카소와 달리가 살롱에서 각자의 술을 마시며, 예술과 삶을 치열하게 논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출시한지 2개월도 채 안된 막걸리가 서울과 부산의 주점에서 판매되고 SNS에서 핫한 술로 소개된다.

 

강남 속 양조장, 그 매력적인 공간

C막걸리를 만든 최영은 대표가 꿈꾸는 벨 에포크는 무엇일까? 강남구 개포동 구룡사 인근의 한적한 주택가, 초가을 고운 햇빛이 부서지는 그녀의 양조장. 양조장이라고 하기에는 다양한 감성이 공존하기에 '아뜰리에'라는 말이 더 적합한 그 곳이 최 대표의 작업실이다.

 

사진보다 앳되 보이는 외모에 생각보다 높은 목소리톤은 스타카토처럼 경쾌했다. "대학 재학 중에 벨기에 유학을 시작으로 싱가포르와 홍콩, 태국 등 17년을 외국에서 살았어요. 잠시 들어온 한국에서 우연히 맛 본 생막걸리 맛에 반해버렸어요. 와인과 진, 맥주 주종을 가리진 않지만 그때 마신 생막걸리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유통기한이 긴 살균막걸리밖에 맛볼 수 없는 게 아쉽더라고요. 아무래도 맛이 다르니까요"

 

 

막걸리에 푹 빠진 후진을 모르는 강남키드는 2012년 무렵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서울에서 누룩을 구입해 집에서 직접 생막걸리를 만드는 고단한 일까지 하게 된다. "단순히 "만들어서 내가 먹어야지"하는 생각으로 만든건 맞아요(웃음). 해외에서 20대의 대부분을 보낸 탓에 항상 한국이 그리웠고 생막걸리를 마실 기회가 전혀 없었으니까요."

 

한국으로 수입되는 캔맥주처럼, 수출 막걸리는 유통기한 문제로 살균처리가 된 막걸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효모가 살아있는 한국의 생막걸리 맛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최영은 대표의 설명이다.

 

"사실 태국에 거주하던 시절, '양조장을 태국에서 운영하는 것은 어떨가?'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알아보고 다녔었어요. 하지만 태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철저한 대기업 중심이예요. 아예 소규모 양조장 주류 면허가 없더라고요. 심지어 태국인들도 양조장 사업을 하려면 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하더라고요. 태국의 지인 말로는 '왕족이 아니라면 불가능하다'라는 말을 하는데 어쩌겠어요? 빠른 인정을 선택하고 접을 수 밖에요(웃음).

 

글로벌 금융회사를 거쳐 미술관과 박물관 컨설팅까지 거친 그녀는 한국에 돌아와 한국에서 막걸리 양조장을 하자는 생각으로 막걸리학교를 다니면서 2년동안 레시피 개발에 열중했다. 그리고 올 7월 세상에 C막걸리를 내놓았다.

 

 

Creative, Colourful, Cosmopolitan 주당이 만든 주당을 위한...유니크, 그 자체인 막걸리
각박하지 않은 안정감을 지닌 그녀의 마인드를 닮은 것일까? 막걸리 6종을 모두 시음해 보니 속된 말로 '돈 값'을 하는 맛이었다. 데일리 스파클링과 와인과 맞먹는 막걸리 한 병의 가격이지만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하고 재구매할 의사가 있었다.

 

일단 '도수는 낮지만 배부른 술'이라는 인식이 있는 일반 막걸리는 도수가 4~5도였지만 C막걸리는 모두 12도라는 '술'다운 도수를 자랑한다. 가격은 1만6000원으로 저렴하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주당 생활로 '술 맛'을 아는 기자의 입에는 단순하지만 섬세함을 넘나드는 밸런스와 퍼포먼스가 느껴졌다.

 

도수가 높으면 향이 강하기 마련인데 막걸리 특유의 부드러운 목넘김과 어우러지는 부재료들의 맛이 꽤 괜찮았다. 순수하게 쌀과 한 가지 재료만으로 만든 제품들은 시중에 많기 때문에 특이한 막걸리를 찾는 주당의 입맛에 맞는 술, 최 대표가 말한 그대로였다.

 

"소비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저렴한 재료를 이용해서 가격을 부풀려 받으면 더이상의 재구매는 없어요. 타깃 자체가 어느정도 구매력이 있는 30~40대 젊은층들입니다. 그들이 경험한 주류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어요. 제가 원하는 바를 확실히 반영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제1의 원칙이지만 소비자들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여야합니다."

 

 

실제로 최 대표 자신은 단 맛을 즐기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요청에 따라 레드 컬러에 단 맛을 더한 두 가지 버전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제철 부재료를 이용한 시즌 한정 제품도 내놓고 꾸준히 오픈하우스를 통해 시음회도 열고 있다.

 

"술을 양조하는 과정은 사실 생각보다 몸이 힘든 과정이에요. 거기에 제품 세일즈에 때로는 배달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제품을 보내달라"고 말하는 업장이 생기고 소비자들의 재구매가 이어져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유난히 소품으로 용이 많다는 기자의 질문에 구룡사 인근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9마리의 용을 모으고 있다는 그녀. 어쩌면 그녀가 갖고있는 이런 천진함이 신생아 C막걸리의 훈풍을 몰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벨 에포크를 기다리는 용 한마리, 마지막 9번 째 용은 그녀 자신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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