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자재-우리농산물 사용 가능한가

국산-수입산 가격차 최고 20배
꿈은 우리농산물, 현실은 수입산
급식단가 현실화 없인 우리농산물 사용 공염불
유통과정에서 속이는 것이 더 큰 문제
학교급식에서의 식자재를 의무적으로 우리농산물로 사용하도록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연초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농촌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학교급식에서의 우리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말 한 이후 최근에는 민주노동당 최순영의원이 우리농산물사용을 의무화하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급식업계에 우리농산물 사용이 핫 이슈로 등장했다. 학교급식에서의 우리농산물사용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진단해본다. |
▒ 식자재 사용 실태
현재 학교급식에서의 우리농산물 사용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통계수치가 없다.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영에서는 97%, 위탁에서는 91%의 국내산 농수축산물을 사용한다지만 국내 농수축산물 자급률이 25%를 밑돌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전혀 현실성 없는 통계수치다. 서류상으로는 그러할지 몰라도 내용상으로는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전국주부교실중앙회와 식생활국민운동본부가 지난 2000년 공동 조사 | ![]() |
특히 현재의 급식단가(서울 중, 고등학교 위탁운영의 경우 평균 2,300원)를 감안하면 대부분 학교에서 사용하는 식자재 중에서 적어도 절반가량은 수입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학교급식에서 주로 많이 사용하거나 비용 측면에서 비중이 높은 품목들을 보면 우선 곡물의 경우 쌀을 제외한 잡곡류는 단가면에서 사실상 국산을 사용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콩과 팥의 경우 국산과 중국산의 가격이 서너배 차이가 나고 있고 수수와 차조, 기장의 경우는 무려 10배에서 20배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수산물의 경우는 오징어와 미꾸라지 정도를 제외하고는 식자재 공급업체들이 아예 취급 자체를 하지 않는 실정이다.
국내 유통 수산물 중에 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5%에 불과한 현실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는 국산을 주로 사용하는 편이지만 쇠고기는 수입산과 국내산(육우)를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육류 유통전문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서울의 경우 80%정도의 학교가 육우를 사용하고 있고 순수한 한우를 사용하는 학교는 1%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수입산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와 수입산의 가격차는 평균 세배정도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이 수입산을 사용해왔지만 최근에는 육우에 대한 학부모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육우가 수입산을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꿈은 좋지만 당장의 실현은 어려워
![]() | 학교급식에서 우수한 우리농산물을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우선 하나는 급식단가의 문제다. 현재와 같은 최저가입찰제 방식의 납품단가 결정과 이에 따라 책정되는 낮은 급식단가로는 우수한 우리농산물 사용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금처럼 수입산 식자재의 사용비율이 절반가량 되는 상황에서 전량 우리농산물로 대체할 경우에는 급식단가가 최소한 지금보다 30% 이상은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
특히 학교의 급식이 3월에서 12월까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한다면 3월과 4월, 11월과 12월에는 우리농산물의 생산이 어려워 원활한 공급조차 이뤄지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게다가 수산물 등 일부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자체가 되지 않는 식자재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우리농산물 사용의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측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위주로 식단을 짜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영양사협회 손정숙 사무총장은 “영양사들도 우리농산물 사용을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현재 국내 식량자급도를 고려할 때 완전히 우리농산물만으로 식단을 짜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국민들이 주로 좋아하는 식단도 우리농산물만으로 수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식단이 단순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먹는 것이 영양섭취를 위한 것이지만 수치적인 영양섭취량만이 전부가 아니고 맛과 취향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대안은 무엇인가
학교급식에서의 우리농산물 또는 우수한 식자재 사용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같은 목표는 개별학교 차원에서는 사실상 달성이 불가능하다. 결론은 중앙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학교급식 식자재 제조 및 유통 전문회사를 육성하는 일이다. 우리농산물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또는 우수한 식자재 사용과 HACCP 적용 등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시설과 조건을 갖춘 업체를 국가가 공인업체로 지정을 하고 학교에서는 국가가 공인한 식자재 제조 및 유통업체만을 상대로 납품 견적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 ![]() |
또한 농가와 농업을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의 우리농산물 사용을 권장 또는 의무화한다면 친환경 우수농산물 사용에 따른 급식비 인상액만큼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도 우리농산물 사용을 확대하는 길이 될 것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의 문제점과 해법
특히 식자재 납품의 원초적인 잘못은 학교에서의 기준서 없는 최저입찰제다. 최저입찰제는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낙찰되고 보자는 식의 업체들의 출혈경쟁을 유발하게 돼있고 낙찰된 업체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원료를 속이고 납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저입찰제는 품목별로 기준을 정해놓고 입찰을 받는 방법으로 개선돼야 한다. 궁극적으로 학교급식 식자재 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력관리가 돼야 한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 과제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에 생산이력제가 전면 도입되기까지는 과도기적이나마 유통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 중에 하나가 정부가 공인한 학교급식 전문 식자재 업체의 육성이라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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