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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어거지’ 직영전환

교육청 강압에 무리한 추진 말썽
10여개 학교 손해배상청구소송 휘말려


학교급식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위탁업체간의 소송 분쟁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위탁으로 운영하던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학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전국적으로 10여개 학교가 위탁업체들로부터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휘말리는 등 곳곳에서 분쟁이 발생, 급식이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위탁급식을 하던 학교가 위생사고 등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계약만료 시점에서 위탁업체의 초기 시설투자 등에 대한 배려 없이 일방적으로 직영으로 전환하고 있는데 대한 업체의 반발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에 대해 급식업계의 관계자들은 “지난해 말 국무총리가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고 공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교육청의 강압에 의해 위탁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직영으로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국무총리의 공식적인 발표에도 불구하고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그 이전에 있었던 교육부의 직영전환 방침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감들이 선거권을 가진 학교운영위원회 소속 학부모들의 여론을 의식, 학교장에게 직영으로 전환하도록 강압을 행사하는 경우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대전의 모 중학교 교장은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을 결정하는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제 생각에도 위탁경영이 바람직하지만 관련 기관(교육청)에서는 직영을 많이 권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고 말해 직영전환이 교육청의 지시 또는 강제성을 띤 권고에 의해 이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초기에 거액의 시설투자를 했다가 3년 또는 5년의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학교당국의 직영전환 방침으로 투자금액을 회수도 못한 채 사업권을 잃게 된 업체들은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급식시설의 인수인계에 응하지 않아 학생들이 도시락을 사 다녀야 하는 불편한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비슷한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특히 대전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무려 8개 학교가 직영으로 전환돼 해당 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했거나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는 위탁운영이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에서도 지난 8월말로 계약이 만료된 망우리 소재 D중학교가 처음으로 직영으로 전환키로 결정하자 해당 업체는 이에 크게 반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탁급식의 직영전환을 둘러싼 학교와 업체간의 이같은 분쟁은 앞으로도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업체들의 조직적인 반발 또는 대응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어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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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의 직영전환

업체 입장 무시한 졸속 결정
“위탁이 좋지만 관련기관이 권장하니”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을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업체와 학교 간에 분쟁이 속출하고 있다.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거액의 시설투자를 한 업체의 입장은 무시당한 채 직영으로 전환하는 결정이 이뤄지는지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의 내용은 지난 7월 6일 화요일 11시에 교장실에서 있었던 대전의 모 중학교 운영위원회 정기회 회의록 중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에 대한 결정을 논의하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위원장: 다음은 급식실 운영방안 결정안을 상정합니다. 관계자께서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행정실장: 본교 위탁급식 업체인 ---의 계약기간이 2004년 8월 31일부로 완료됨에 따라 학교 급식 운영방안을 재계약 또는 직영급식으로 결정하여야 합니다. 위원님들께서 학교급식 운영 형태별 장・단점 자료를 비교해 보시고 결정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S 위원: 고등학교는 지난번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직영방식으로 결정된 것 같은데 고등학교에 같이 따라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 학교는 한 재단 아래 중, 고등학교가 있음)

행정실장: 네, 맞습니다.

S 위원: 지난번 --여고 학부형님과의 얘기는 현 급식실이 여러 가지의 모순점이 발견되었기 때문에 학부형님들이 많이 흥분된 상태로 직영방식으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니터링을 통해서 봤지만 학생들이 음식을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학생들이 먹는 수준을 고려해봐야 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행정실장: 인건비, 재료비 등을 고려했을 때 직영이라고 해서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S 위원: 타 학교를 비교해서 직영학교는 불만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니터링시에 학부형 입장에서는 먹을만 하다고 생각하지만 버려지는 음식을 봤을 때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씀드립니다.

위원장: 직영방식은 비용부담이 어떻게 결정되죠?

행정실장: 모든 비용은 2,000원 내에서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 중 인건비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따라서 위원님들께서 장・단점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원장: 고등학교 위원회에서도 참석을 했지만 이미 직영방식으로 결정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은 위탁을 하면서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식품 검수시에는 각종 재료가 정상이지만 유통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직영으로 할 경우 상당 부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생각됩니다.

행정실장: 직영방식의 경우 학교 행정업무가 폭주하는 사례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위원장: 위원님 의견들은 어떻습니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S 위원: 급식 대표자와 만났을 때의 얘기는 급식비 인상을 하게 되면 현재 보다 나아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 중학교는 지금처럼 위탁급식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이 학교 급식 단가는 2,000원이었음)

위원장: 요즘에는 질적인 향상이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행정실장: 현재 교육청에서는 직영방식을 권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J 위원: 인근학교의 실정은 어떻습니까?

행정실장: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립의 경우는 몇 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학교도 사립학교다)

교장: 제 생각에도 위탁경영이 바람직하지만 관련기관에서는 직영을 많이 권장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원장: 위탁운영을 하면서 질적인 향상을 원하지만 고등학교 결정사항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위원님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각 위원: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위원장: 그럼 본 안건에 대해서는 고등학교의 결정사항대로 중학교 역시 직영방식 운영으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