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마다 숱한 신제품이 쏟아져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식품업계는 요즘 숫자 마케팅이 한창이다.
웰빙 열풍 속에서 먹거리만큼은 꼼꼼히 따져보고 구입하는 와이즈슈머(현명한 소비자)가 많아지고 이들의 니즈에 맞춘 프리미엄 식품 개발 경쟁이 불붙으면서 숫자 마케팅의 필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것.
업체 입장에서 숫자는 짧지만 확실하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소비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연결고리. 숫자를 매개로 제품의 재료 및 제조 과정의 안정성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데다 한글이나 영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각적인 각인 효과가 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기억될 수 있다.
길고 장황하게 제품의 장점을 설명하는 방법 보다 오히려 숫자 하나로 더 많은 얘기를 할 수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체간 과열 경쟁으로 인해 평범한 숫자로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게 쉽지 않다. 많은 식음료업체들이 소비자들이 쉽게 외우고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스페셜 넘버 찾기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배경이다.
해찬들은 최근 프리미엄 쌈장 브랜드로 자리잡은 ‘8가지 국산양념 쌈장’의 리뉴얼을 단행했다. 기존의 투명 용기에서 불투명 하얀색 용기로 패키지를 바꾸고 한글과 숫자 제목에 손글씨체를 적용해 친근함과 세련미를 더했다.
8가지 국산양념 쌈장이라는 제목 안에 쌈장을 만드는 데 8가지의 양념이 사용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된장과 고추장 등 주 재료 이외에 의성산 마늘, 영양산 고춧가루, 무안산 생양파, 볶음참깨, 대파 등 8가지의 국산 양념이 들어가 있다.
해찬들은 32° 숙성 천일염 양조간장을 필두로 100% 국산고추장, 8선 태양초고추장 등을 선보이는 등 지속적으로 숫자 마케팅을 이어왔다.
숫자의 세계에서 100은 완전수. 업체들이 프리미엄 상품임을 강조할 때 가장 선호하는 숫자가 100이다.
오리온은 100% 순수한 이천쌀과 해남산 단호박을 넣어 맛있게 구운 골든키즈, 임실 자연치즈와 100% 순수 이천쌀을 넣어 구운 골든 키즈, 100% 순수 이천쌀과 남해안 통멸치를 넣어 구운 골든키즈 등을 내놓고 프리미엄 제과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믿고 먹일 수 있는 과자라는 점을 100%라는 숫자로 대변했다.
롯데칠성의 냉장유통 주스 트로피카나 블루베리 믹스 100은 블루베리와 포도, 딸기, 석류, 사과 등을 넣어 만든 냉장 유통 주스.
950ml 한 팩에 블루베리 96알, 적포도 47알, 딸기 20개를 담은 순수한 과실 주스임을 강조하기 위해 100이라는 숫자를 썼다.
동서식품의 맥심 아라비카 100은 고급 아라비카 원두를 100%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100을 삽입했고 한국야쿠르트는 백세까지 장수하라는 의미의 스테디셀러 슈퍼 100을 최근 리뉴얼해 선보였다.
숫자의 의미를 궁금하게 만드는 전략을 사용하는 업체들도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유기농 야채만을 사용, 유기가공식품 인증마크를 표기할 수 있게 되면서 이달부터 새롭게 마케팅활동을 강화하고 나선 하루 야채 A350, B350, C350이 대표적인 예. 여기서의 350은 1일 야채 권장량 350g을 의미한다.
샘표 양조간장 501S는 단백질 함량이 1.0%인 일반 간장, 1.3%인 고급 간장 보다 더 높은 1.5%의 단밸질을 함유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 위해 501이라는 숫자를 사용했다.
1.5를 사용할 경우 다소 어렵게 비쳐질 것을 우려, 501로 바꾸고 특별하다는 뜻인 스페셜의 영문 이니셜을 덧붙여 브랜드 이름을 완성했다.
농심의 체중조절용 국수인 미인(美人)국수 275는 국수의 칼로리인 275Kcal를 제목으로 썼다. 또 현대약품의 미에로 뷰티엔 180의 180은 편안한 피부를 가꾸는데 도움을 주는 N-아세틸 글루코사민 성분이 180ml 함유돼 있다는 뜻을 제목에 담았다.
풀무원은 어린이와 여성에게 좋은 엽산 2.1배 풍부한 달걀, 롯데칠성음료는 칸타타 아이스 커피믹스 1/2 칼로리, 칸타타 아이스 아메리카노 1/2 칼로리, 청정원은 신안섬 보배 3년 묵은 천일염 등의 제품 네이밍 과정에서 타사와 차별화되는 스페셜 넘버를 찾아내 적극 활용했다.
해찬들 관계자는 “식품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결심하는 짧은 순간에 제품의 특성을 직감적으로 알려주면서 강력한 인상과 신뢰감을 동시에 심어줄 수 있고 오랫동안 기억될 수도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중 하나가 제품의 특징을 잘 설명하는 특별한 숫자를 찾아 제품 이름에 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