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간장.두부.탁주.콩나물 사업 계속 '부담감'
"식품안전.위생 등 기여 측면도 고려돼야" 항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만 할 수 있는 ‘중기 적합업종’으로 식품 분야에 김치·간장·된장·고추장·두부·탁주·녹차·콩나물 등이 포함돼 식품 대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주요 품목으로는 식품 분야에서 간장ㆍ고추장ㆍ두부ㆍ탁주 등이, 비금속 및 금속 분야에서 레미콘ㆍ주물ㆍ단조물이, 전자 분야에서 데스크톱PCㆍ내비게이션ㆍLED등 등이, 기계 분야에서 금형과 각종 밸브, 주차기 정수기 등이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3일부터 27일까지 중소기업 적합업종 신청 및 접수를 받은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동반성장위는 접수된 품목을 분류해 6월부터 오는 8월까지 품목별 실태조사와 분석ㆍ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실무위원회의 검토과정을 거쳐 8월 중 적합업종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신청을 받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다양한 식품 품목이 대거 포함되자 식품 대기업들은 "예상은 했으나 안 들어간 품목이 없다"며 허탈한 표정이다.
위원회에 신청된 김치·간장·된장·고추장·두부·탁주·녹차·콩나물 등은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 식품 대기업들이 일찌감치 시장 대부분을 장악한 품목들이다.
이들 기업은 동네 상인들이나 각 가정이 이런 품목을 개별적으로 만들어 먹던 시절부터 연구·설비에 투자하며 사업을 키워온 만큼, 하루 아침에 중소기업만 사업을 해야 할 품목으로 선정된다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면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고추장, 된장, 김치, 두부, 콩나물 등 대부분 품목에 대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중소기업 입장도 중요하지만,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상의 안전 및 위생, 소비자 편의성에 대기업이 기여한 측면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이면서 기존 중소기업이 점유한 시장에 뛰어든 것이 아니라 해당 업종을 기반으로 성장해 중소기업에서 졸업한 중견 기업은 주력 업종에서 배제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27년 전 두부로 출발해 두부시장 50% 이상을 점유한 풀무원 관계자는 "10명도 안 되는 직원들이 수 천 개 두부업체와 경쟁해 성장했다"며 "두부가 포함된다면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제한하려는 동반성장의 취지에도 맞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류, 연식품류는 최근 해외 수출이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이라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되면 정부가 앞장서 추진 중인 '한식 세계화'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중국 베이징 포장두부 시장 70%를 우리 제품이 점유할 정도로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사업을 하지 않으면서 수출만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지침'인 만큼 예전 '중소기업 고유업종'처럼 법적인 강제성은 없지만, 동반성장위원회의 대기업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반영될 수 있고 사회적인 시선도 무시할 수 없어 기업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중기 적합업종에 선정된다고 해서 법적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