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만 안 먹으면 될 줄 알았는데 국산까지 그렇다니 뭘 먹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국내산 수산물뿐만 아니라 일부 채소에서까지 방사성 물질이 잇따라 검출되면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국산 농수산물에서 검출된 방사성 요오드나 세슘 등의 방사능이 기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해 안전하다고 발표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주부 최모(40)씨는 13일 "방사능의 세기가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큼 미량이라곤 하지만 아이들이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도록 피하고 싶은 게 부모의 마음 아니겠느냐"며 "당분간 확실히 안전한 식품만 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33)씨도 "애초 정부가 우리나라엔 방사성 물질이 아예 오지 않을 것처럼 발표했는데 불과 며칠 되지 않아 국내에도 광범위하게 퍼지지 않았느냐"며 "'미량'이라는 정부의 발표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고 꼬집었다.
방사성 물질이 국내산 식품에서도 검출되면서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일어나기 전 식품이 때아닌 호황을 맞는 '진풍경'도 생겼다.
현대백화점의 식품 코너에서는 이달 첫 주 굴비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나 증가했다.
일본 대지진 이전인 작년 11월에서 올해 1월 사이에 잡아 둔 것이 알려지면서 명절도 아닌데 판매가 급증한 것. 대신 갈치, 고등어 같은 생물 생선은 바다가 방사능 오염이 됐을지 모른다는 걱정으로 판매가 정체상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일본 대지진 이전에 생산된 소금을 사야 한다는 불안심리때문에 소금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국산 농수산물 판매는 아직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비자의 불안심리가 커지자 매장에서 직접 방사능 측정기를 동원해 불안감을 덜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11일부터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로 일일이 오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산과 김해물류센터에서 유통되는 채소·수산물의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지만, 소비자 시판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걸러낸다는 생각으로 휴대용 측정기를 일반매장에도 도입한 것이다.
유기농 농산물 판매사 초록마을은 전국 매장 260곳의 농수산물, 축산물, 유제품을 첨단 방사능 측정기로 검사한다.
권 용 초록마을 식품안전팀장은 "방사성 물질 유출로 농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고조돼 소비자를 먼저 안심시킨다는 차원에서 방사능 검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