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기온이 뚝 떨어지자 겨울의 상징이 돌아왔다. 하지만 ‘국민 간식’으로 불리던 붕어빵은 더 이상 ‘어디에나’ 있지 않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퇴근길이나 지하철역 앞에서 쉽게 볼 수 있던 붕어빵 노점은 눈에 띄게 줄었고, 이제는 지도를 켜야 찾을 수 있는 ‘귀한 간식’이 됐다.
붕어빵 노점이 희귀해지자 이를 찾아주는 ‘붕어빵 지도’ 앱과 SNS 계정이 등장했다.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 지도 서비스는 지역 주민이 붕어빵 노점의 위치를 직접 등록·공유하는 오픈맵 형태로, 판매 위치뿐 아니라 영업시간, 가격, 후기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출시된 앱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 10만 건을 돌파했다.
한 이용자는 “예전엔 골목마다 있었는데 이제는 앱으로 찾아가야 한다”며 “찾아 헤매서라도 먹으면 더 반갑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식탁으로…CJ·오뚜기, ‘붕어빵 상품화’ 주도
붕어빵을 둘러싼 변화는 단순한 ‘향수’에 그치지 않는다. 식품 대기업들이 앞다퉈 붕어빵 시장에 뛰어들며 ‘레트로 간식의 산업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3년 ‘비비고 붕어빵’ 3종(단팥·슈크림·초당옥수수)을 출시해 두 달 만에 25만 개를 판매했다.
이어 올해 10월에는 유기농 말차 브랜드 ‘슈퍼말차’와 협업한 ‘비비고 말차 붕어빵’을 선보였다.
국산 찹쌀가루를 활용한 CJ의 ‘프리믹스 기술’로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을 구현했고, 말차 트렌드를 반영해 젊은 세대의 취향을 겨냥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11월 ‘비비고 말차 호떡’도 출시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산 말차를 알리는 동시에 K-간식의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뚜기는 ‘꼬리까지 가득 찬 붕어빵’ 시리즈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023년 팥·슈크림 2종으로 시작해 올해 8월에는 ‘피자 붕어빵’을 추가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으로 ‘에어프라이어 전용 붕어빵’ 콘셉트를 확장했으며, 오는 12월에는 미국 시장에 ‘BUNG O PPANG’ 4종(말차·고구마·팥·슈크림)을 선보인다.
오뚜기 관계자는 “현지 취향을 반영한 맛 구성으로 글로벌 간식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피·디저트 브랜드도 붕어빵 열풍 가세
카페 업계도 붕어빵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9월 출시한 겨울 간식 4종 중 붕어빵 2종이 출시 20일 만에 15만 개가 팔리며 대표 시즌 메뉴로 부상했다.
특히 ‘붕어빵 액막이 키링’ 증정 이벤트에는 약 1만1000명이 참여해 4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디야는 해당 키링을 연말 정식 굿즈로 출시할 예정이다.
공차코리아 역시 자사 감성을 담은 ‘붕어다냥’ 3종을 선보이며 붕어빵 콘셉트를 음료로 재해석했다. ‘옥수수 붕어다냥 밀크티’, ‘초코 붕어다냥 밀크’, ‘초코 얼그레이 다냥 밀크티’ 등 독창적인 메뉴가 젊은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붕어빵의 뿌리는 1909년 일본 오사카의 ‘나니와야’에서 시작된 ‘도미빵(타이야키)’이다. 한국에는 1950년대 미국 원조 밀가루가 들어오며 붕어 모양으로 변형돼 등장했다. 1960~70년대엔 길거리 대표 간식으로 자리 잡았고, IMF 이후에는 저비용 창업 아이템으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최근엔 원재료·가스비·인건비 상승으로 천 원에 다섯 개던 붕어빵이 이제는 한 개 천 원 시대가 됐다.
거리 붕어빵이 사라진 자리는 앱과 식품기업, 그리고 글로벌 시장이 메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