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후쿠시마 해류 오는데 5년…우려할 상황 아냐"
6일 오전 9시30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평소 같으면 일찌감치 가판에 생선을 늘어놓고 손님과 흥정할 시간이지만 양쪽으로 가게가 빼곡히 늘어선 200m가량 되는 통로에 손님은커녕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눈에 띄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의 여파로 휘청거리던 국내 수산시장에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됐다는 소식은 말 그대로 직격탄이 됐다.
생태 같은 일본산 수산물 대신 국내산이나 중국산 어류를 찾던 소비자들이 아예 밥상에서 생전 자체를 내려버리고 발길을 뚝 끊은 것이다.
'변산수산'을 운영하는 신정숙(55)씨는 "밀물과 썰물이 오가며 바다를 채우는데 손님들이 왜 의심을 안 하겠느냐. 이게 언제까지 갈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락동 수산시장 '금룡수산' 주인 금동은(28)씨도 "장사는 완전히 스톱"이라며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을 바다에 버린다니까 사람들이 겁이 나 생선을 아예 안 먹는다"고 하소연을 했다.
어쩌다 오는 손님들은 일본과 가까운 국내산이나 중국산 대신 말레이시아 등 멀리 떨어진 해역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찾기도 하고 싱싱한 생물보다는 원전 사고 전에 잡은 냉동 제품을 사간다고 상인들은 전했다.
원전 사고 이후 원산지 표시를 눈에 잘 띄도록 하는 등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느라 애써온 상인들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 소식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가락시장 상인 박은숙(54)씨는 "국산이라고 하면 '국산은 먹어도 되느냐'고 열 번도 더 물어본다. 국산도 단골손님을 빼면 오염을 의심해 안 사간다"고 말했고 유미숙(75)씨는 "생선 장사 45년 하는 동안 요즘처럼 2주 넘게 손님이 뜸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손님이 워낙 없다 보니 상인들은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한 채 장사를 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여수산 새조개는 400g에 4만~4만5000원 하던 것이 방사능 오염수 유출 이후 2만~2만5000원으로 거의 반값에 팔리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멍게와 바지락을 파는 '남해수산' 이도희(50)씨도 "어떻게든 팔아야 하니까 달라고만 하면 원가에도 준다. 멍게는 ㎏당 7천원은 받아야 하는데 5000원에 그냥 줘버린다"고 전했다.
일반 소비자가 많이 찾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지에서는 방사성 물질의 흡착을 막아준다고 소문난 다시마와 미역 등을 제외하면 다른 대다수 수산물의 매출이 줄었다.
이마트 자양점 수산총괄 매니저 주응수(36)씨는 "러시아산 수산물까지 꺼리는 등 손님들이 아시아 인근 해역이 아닌 지역의 생선만 선호한다"며 "다시마와 미역은 판매량이 30~40% 늘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출이 10% 정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인한 국산 수산물의 오염까지 걱정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진단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서영상 수산해양종합정보과장은 "후쿠시마 주변 해류가 북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우리나라로 오는 데 5년이 걸린다"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동안 해류가 많이 희석되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방출된 오염수로 인한 피해를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