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수돗물에서 유아 기준치를 2배나 넘어선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고 원전 사고 이후 농산물 섭취 제한 결정이 처음으로 내려지며 방사선에 대한 공포가 음식과 음료수 등 먹거리 전반으로 퍼지는 양상이다.
도쿄도의 한 정수장에서는 유아 기준치를 2배나 넘는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수돗물이 발견돼 수도권이 방사성 물질 오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후쿠시마(福島)현 등 원전 주변에서 생산된 11개 품목의 야채에서 잠정기준치를 초과한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추가로 출하가 중단됐으며 급기야는 정부가 원전 근처 일부 채소의 섭취를 제한하라고 말하고 나섰다.
전날에는 원전 주변 바다에서 방사성 오염물질이 발견돼 해산물 오염 우려를 염두에 두고 일본 정부가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수도권 수돗물도 오염.불안 '가중' = 도쿄도는 23일 도내 정수장 한 곳의 수돗물에서 1㎏당 210Bq(베크렐)의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며 아이들이 마시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했다.
그동안 원전 주변의 수돗물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발견된 적은 있으나 수도권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의 경우 그동안 원전 주변 지역 농산물의 소비 시장으로서 방사선 물질의 간접적인 피해를 겪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식수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점에서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가 증폭되고 있다 .
특히 성인 기준치와 불과 90Bq 차이밖에 없어서 추후 300Bq를 넘어설 경우 수도 도쿄의 시민들이 어린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수돗물을 마시지 못하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
생수 사재기 등이 그동안도 있기는 했지만 이번 발표로 점점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지진ㆍ쓰나미의 피해지역의 물류가 완전히 복구돼지 않아 자칫하면 생수난이 일본 전체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쿄도는 "오늘 물을 마셨다고 해서 바로 건강 영향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시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먹거리 위생에 민감한 시민들은 벌써부터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다.
◇첫 섭취제한..기준치 초과 농산물도 '증가' = 후생노동성은 23일 잎사귀 채소인 경립채(莖立菜ㆍ구키타치나)를 비롯해 11개 야채에서 방사성 물질의 잠정기준치를 최고 164배 초과된 사례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 기준치를 초과한 농축산물은 시금치, 가키나, 원유(原乳) 뿐이었으나 하루가 지나자 대상 품목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쿠시마현과 이바라키(茨城)현에서 생산된 경립채, 신부동채(信夫冬菜), 산동채(山冬菜), 브로콜리, 양배추, 소송채, 순무, 치지레나, 유채, 홍채태(紅菜苔), 파슬리도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으며 후쿠시마현외에 이바라키현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기준을 초과한 원유가 발견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총리가 직접 나서 잎사귀 채소를 비롯해 몇 가지 채소에 대해 섭취 중단을 명령했다.
번 원전 사고 이후 섭취 제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계속 '섭취해도 당장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해왔으나 일부 농산물에 한정돼 있기는 하지만 섭취를 하지 말도록 적극적으로 알리는 방향으로 입장이 변경된 것이다.
섭취제한 대상은 후쿠시마현이 산지인 시금치와 소송채, 양배추 등 잎사귀 채소류와 브로콜리, 콜리플라워다. 여기에 후쿠시마현의 순무, 이바라키현의 원유도 출하 제한 대상에 추가했다.
◇원전 주변 바다 오염..해산물도 '걱정' = 일본 정부는 이에 앞서 22일에는 후쿠시마현 앞바다 30㎞ 해역 8개 지역에서 해수를 채취해 방사성 물질의 포함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해 결과가 주목된다.
아직 해산물의 방사선 오염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바닷물의 오염 사실이 알려지자 농산물 피해가 일본 국민들이 특히 좋아하는 해산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본은 1인당 연간 생선 소비량이 70㎏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해산물 소비 국가다.
만약 해산물 오염 사례까지 나올 경우 식생활 전반에 엄청난 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농축산물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선 오염 물질이 검출된 이후 농산물의 유통난이나 소비심리 위축 등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어패류의 오염 위험에 대해 "되도록 빨리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